한동안 인수 참여 철회설이 돌던 프랑스 자동차 부품사 발레오가 한온시스템 인수전에 참여한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분 50%를 인수하는 구조다. 높은 몸값에 다소 더딘 흐름을 보이는 한온시스템 매각 작업은 글로벌 전략적 투자자(SI)들의 잇따른 참여로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발레오는 컨소시엄을 구성한 글로벌 사모펀드(PEF) 베인캐피털과 구체적인 인수 구조를 논의하고 있다. 양측은 각각 인수 할 지분의 절반씩 책임지기로 했다.
한온시스템은 매각 대상 지분 70% 가운데 사모펀드인 한온컴퍼니가 50.5%,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19.49%를 들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과거 한온컴퍼니와 컨소시엄으로 한온시스템을 인수했을 때 추후 나머지 지분 인수도 염두에 뒀지만 현재는 인수 가격이 높아 매각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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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온시스템의 인수 구조는 사모펀드의 지분이 훨씬 많지만 발레오 컨소시엄은 발레오가 앞으로 나머지 지분 인수를 고려해 처음부터 절반의 지분을 맡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거론되는 매각가는 7조 원이 넘는다. 발레오는 3조 5,000억 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인수금을 마련하기 위해 본사의 신용과 담보를 기반으로 프랑스 현지에서 대출을 받고 나머지는 국내 금융기관을 통해 인수 금융을 일으키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인수 금융은 상환 시 우선순위가 후순위채보다 밀리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7% 안팎의 고금리를 요구하지만 국내는 경쟁이 치열해지며 3~4% 안팎으로 금리가 낮기 때문에 발레오도 국내에서의 조달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가 본사인 발레오는 인수에 성공한다면 주요 사업 가운데 공조 사업부와 한온시스템을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발레오는 크게 4개의 부품 사업부를 갖고 있는데 공조는 전체 매출 가운데 세 번째인 26%의 비중을 차지한다. 다만 공조 사업의 매출 비중이 소폭 줄면서 공조 업계 2위인 한온시스템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발레오는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해 33개국에 진출했는데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을 포함해 중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한국에서는 4개의 법인을 100% 혹은 합작사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
발레오 컨소시엄의 유력한 경쟁자는 사모펀드 칼라일이 손꼽힌다. 칼라일은 LG전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실패했음에도 끝까지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KB은행·삼성증권 등 6곳의 금융기관이 인수 금융을 대겠다고 손을 들었다. 이와 함께 블랙스톤은 독일 부품사 말레와 손잡았고 NH투자증권과 인수 금융을 협의하고 있다. 칼소닉칸세이는 주요 주주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사실상 컨소시엄을 구성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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