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여명] 원칙의 힘

한영일 증권부장

韓 양궁 뒤엔 공정 지킨 ‘원칙의 힘’

주식도 장기 분산투자 철학이 중요

원칙지킨 펀드는 매년 수익 행진중

'공모주=무위험 수익' 인식 확산

따상 노린 단기자금도 증가 위험

'투자=리스크' 철칙 잊지 말아야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9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지난 1988년부터 무려 33년 동안 세계 최정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양궁 선수들은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4,055발의 화살을 쏘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학연·지연 등이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 코로나19로 도쿄 올림픽이 지연되면서 양궁 국가대표 선발전은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두 번이나 치러졌다. 바로 한국 양궁 9연패 저력은 ‘활의 민족’이라는 재능과 선수들의 땀, 그리고 공정한 실력 검증이라는 ‘원칙의 힘’이 뒷받침된 결과물이다.

원칙을 지킨다는 것.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다. 수많은 유혹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 역시 다르지 않다. 특히 주식투자 시장에서 수많은 구루(guru)들이 ‘장기 분산투자’ 원칙을 이야기한다. 기본적으로 주식은 리스크를 동반한 위험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몰빵 투자’는 잠깐의 수익은 가져다줄망정 장기 수익을 담보하기 힘들다.

실제로 국내에 출시된 공모펀드 4,000여 개를 들여다 보면 최근 5년 동안 매년 수익을 낸 84개 상품의 공통점은 분산투자였다. 또 매년은 아니더라도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내는 펀드들 역시 확고한 투자 철학을 지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투자는 리스크와의 싸움이다. 위험을 짊어진 자에게만이 수익이라는 달콤한 열매가 주어진다. 하지만 언제부터인지 ‘무위험 고수익’ 상품이 등장해 투자시장을 휩쓸고 있다. 바로 공모주 청약이다. 그저 청약에 성공하기만 하면 불과 하루 만에 많게는 160%, 적어도 수십 퍼센트의 수익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인식이 투자자들 뇌리에 강하게 박히기 시작했다.

동학개미들이 불나방처럼 청약 경쟁에 뛰어들었고 급기야 금융 당국은 제도까지 바꿔가며 개인 배정 물량 확대에 나섰다. 개인투자자로서는 한 주라도 더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됐다며 반길 수도 있지만 주가 변동성이 커진 리스크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투자에서 원칙은 개인에게도 중요하지만 자본시장을 이끌고 있는 증권사에는 더더욱 중요하다. 투자자 신뢰라는 점에서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세원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듯 리스크가 있는 곳에 리턴(수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모펀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100% 보상’이라는 투자의 원칙을 저버린 결정이 나왔다. 은행예금이 아닌 투자 상품은 기본적으로 가입하는 순간부터 투자자는 크든 작든 리스크를 짊어질 준비가 돼 있어야 하는데 이를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투자시장에서 ‘0% 리스크’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혹시 있을지 모를 투자 상품에 대한 분쟁에서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투자시장에서 개인이든 증권사든 기본적으로 리스크에 따른 수익을 먹고산다. 그리고 수익은 불확실성(리스크)이라는 극도의 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이다. 이런 게 싫다면 위험 상품 투자 대신 예금을 찾는 게 마땅하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에 거쳐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사상 최대의 기업공개(IPO) 슈퍼위크가 펼쳐진다. 카카오뱅크를 시작으로 크래프톤 등 상장 후 시가총액만 수십조 원에 달하는 대어를 비롯해 앞으로 3주간 17개사가 일제히 공모주 청약에 나선다. 청약에 동원될 자금만 해도 100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동학개미 투자 붐을 타고 지난해부터 공모주의 경우 상장 첫날 ‘따상’의 사례가 여럿 나오면서 청약 시장은 한여름날마냥 후끈 달궈진 상태다. 하지만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치솟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기관들이 공모가 산정을 잘못했든지 아니면 투기 성향의 ‘거품’이 끼었든지 둘 중에 하나일 수밖에 없다.

주식시장에서 ‘투자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길은 하나다. 그리고 그 길은 단기 차익이 아닌 장기 분산투자라는 ‘기본 원칙’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