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성향과 연령대에 따라 집값 전망을 보는 시각차가 커지고 있다. 2030세대의 절반 이상이 하반기에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는 반면 중장년층 사이에서는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응답한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연령대 뿐 아니라 정치 성향별로도 전망이 엇갈린다. 보수와 야권 지지층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봤지만 진보층에서는 보합과 하락 전망이 많았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3일과 24일 양일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하반기 부동산가격 전망’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45.8%가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다. 10명 중 4.6명이 부동산 상승을 점친 것이다.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답한 사람은 31.6%로 나타났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은 11.4%에 불과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정치 성향에 따라 부동산 시장을 다르게 전망했다는 것이다. 조사기관이 별도로 내놓은 세부 통계를 보자.
우선 자신의 정치 이념성향이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의 40%는 하반기 집값이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고 15.5%는 하락을 점쳤다.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은 35.9%에 그쳤다. 진보 성향 응답자의 55% 가량인 절반 이상이 하반기 집값이 오르기 보다는 하락하거나 현 상태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반면 보수층에서는 하반기 집값도 상승할 것이라 답한 사람이 51.3%로 절반을 넘었다. 25.7%는 ‘현 수준 유지’라고 응답했고, 하락할 것이라는 답변은 9.5%에 그쳤다. 35%만 안 오른다고 답한 것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 집값 전망에 차이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보수 성향에서는 정부의 정책 실패가 계속 되면서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고 있고, 반대로 현 정부를 지지하는 진보층에서는 정부 정책이 기대를 거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연령대별로도 달랐다.
우선 20대와 30대에서는 하반기에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응답 비율이 각각 60.9%와 55.3%에 달했다. 40대 이상보다 10% 포인트 높았다. 60세 이상은 하반기 집값이 상승한다는 응답이 34.7%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다. 집값 하락을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 2030 세대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의미)' 매수를 주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정치적 성향과 연령대별로 부동산 시장 전망에 대한 시각차가 더욱 커지는 것 같다고 진단한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는 시장의 향방을 전망하기 쉽지 않지만 하락 요인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공급량 등 여러 지표가 아직 시장에 변화를 줄 만한 의미 있는 수치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한편 집값 상승은 이어지는 분위기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7월 월간주택시장동향 통계’를 보면 전국 아파트 중위 가격은 5억 76만 원으로 집계됐다. 그 전달인 6월(4억 9,300만 원)보다 776만 원 오르며 통계 작성 이후 처음 5억 원을 넘어섰다.
아파트 중위 가격 상승 속도는 최근 들어 빨라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가격이 지난해 9월 4억 원 선을 넘긴 후 5억 원을 돌파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년이 채 안 되는 11개월이다. 3억 원에서 4억 원이 되기까지 3년 11개월이 걸린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달 10억 1,417만 원으로 처음으로 10억 원대를 기록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도 7월 10억 2,500만 원으로 올랐다. 경기권 아파트도 지난 4월 처음으로 중위 가격이 5억 원을 넘긴 이후 상승세를 이어와 이달에는 5억 3,874만 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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