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훈 ‘식탁이 있는 삶’ 대표의 별명은 ‘문익점’이다. 목화씨를 국내에 들여온 문익점처럼 해외 식물 종자를 도입해 ‘히트 상품’으로 키워냈기 때문이다. 대표 상품은 초당 옥수수다. 국내에서 쉽게 접하는 일반 옥수수와는 달리 당도가 높고 식감이 아삭한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는 지난해 초당 옥수수로만 약 4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 대표의 다음 야심작은 감자다. 초당 옥수수 종자는 일본에서 들여왔다면 감자의 경우 김 대표가 3년을 공들여 기존에 있던 국내 종자를 복원해 관련 기술에 대한 특허 신청까지 앞두고 있다. 식탁이 있는 삶을 농축수산물 최초 상장사로 키우겠다는 김 대표를 서울 강남 본사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여느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김 대표는 회사의 볼륨을 키우는 데 여념이 없었다. 초당 옥수수로 식탁이 있는 삶이 인정을 받았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초당 옥수수 판매량 확대와 후속 상품의 뒷받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생겼다. 초당 옥수수가 공급과잉 등으로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스마트팜’을 제시했다.
김 대표는 “올해 이상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며 “저가 초당 옥수수 출시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시장가격이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식탁이 있는 삶이 초당 옥수수 시장을 선도하며 안정적인 가격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질 낮은 저가 초당 옥수수 제품이 늘어나면서 공급과잉은 물론 초당 옥수수에 대한 인식마저 무너졌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제가 초당 옥수수를 국내에 들여와 당도가 높고 신선하게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계약재배 형태로 초당 옥수수 시장을 키워왔다”며 “식탁이 있는 삶의 초당 옥수수가 인기를 끌자 너도나도 초당 옥수수 사업에 뛰어드는 현상이 일어나 한 개에 1,000~1,200원 하던 단가가 공판장에서 200~300원 수준으로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저가 초당 옥수수를 접한 소비자들은 초당 옥수수에 대한 오해가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진입 장벽이 무너져버린 초당 옥수수 시장을 극복하기 위해 ‘스마트팜 재배’를 도입하겠다고 설명했다. 식탁이 있는 삶의 초당 옥수수 스마트팜은 올 11월 완공된다. 스마트팜의 장점은 연중 초당 옥수수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초당 옥수수는 5~8월 생산돼 여름철 간식에 머물렀다. 그는 “옥수수는 열에 민감해 기존 스마트팜 안에서 생산할 경우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들어 생산할 수 없었다”며 “초당 옥수수 전용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했고 올겨울부터 스마트팜에서 재배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팜에서 생산된 초당 옥수수는 일정한 맛과 품질이 보장돼 저가 제품들과 차별이 극대화되는 게 특징이다. 김 대표는 “연중 옥수수를 맛본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라며 “겨울에도 맛볼 수 있는 초당 옥수수는 식탁이 있는 삶 제품이 유일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제대로 된 가격을 되찾고 농가의 수익도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다음 야심작으로 감자를 소개했다. 식탁이 있는 삶이 출시를 준비 중인 감자는 초당 옥수수와 마찬가지로 단맛이 특징이다. 일반 감자의 당도가 3브릭스라면 김 대표가 개발한 감자는 6~7브릭스다. 김 대표는 “감자는 저장하고 나면 당도가 높아지는데 제가 개발한 감자는 12브릭스까지 당도가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감자 개발을 위해 3년을 투자했다. 3년간 30번의 재배를 통해 기술을 쌓아왔다. 그는 “감자 재배 기술 전문가와 손잡고 투자를 해 지난해 종자 개발에 성공했다”며 “올해 11월 감자를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선택한 종자는 국내에 남아 있던 종자 중 하나로 현재는 유통되지 않는 품종이다. 그는 “이 종자를 선택해 당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여러 시비법과 저장 기술을 고안했다”며 “예전에 있던 종자를 도입해 새로운 형태의 창조물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초당 옥수수처럼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 감자만큼은 높은 진입 장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저희가 개발한 감자는 초당 옥수수처럼 전 세계에 있는 종자도 아니다”라며 “재배 역시 저희가 직접 ‘월급 농부’를 고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 세계 유일한 제품이기 때문에 해외 수출도 추진할 것”이라며 “감자는 첫해에만 약 3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농부도 부농이 되고, 왜 벤츠 타는 농부가 나와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감자가 국내에서 성공할 경우 인건비가 싼 해외 농장에서 생산을 늘려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비전도 세웠다.
김 대표는 식탁이 있는 삶의 최종 목표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까지 약 100억 원의 투자를 받았고 올 하반기에는 시리즈 C를 유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다”며 “농업 혁신 e커머스로서 첫 상장사가 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상장을 위해 김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는 좀 더 가시적인 성과를 낸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초당 옥수수뿐 아니라 감자 등 저희의 핵심 사업과는 별도로 가정간편식과 건강기능식 등으로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내년부터는 규모의 경제를 구축할 정도의 규모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e커머스와는 달리 새로운 품목을 도입해 ‘레드오션’인 식자재 시장에서 성장시킨 사례는 식탁이 있는 삶이 유일하고 이러한 강점이 다른 e커머스와는 차별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추가 투자 유치와 상장까지 가능하다는 게 김 대표의 복안이다.
한편 김 대표는 우리나라에서 농업이라는 산업에 대한 문화와 인식이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그는 “농촌을 다녀보면 무거운 현실을 느낀다”며 “우리나라 농산물에 대한 식자재 수요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연 매출 100억 원이 넘는 법인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농업은 우리나라 다른 산업과 달리 조약돌처럼 쪼개져 있다”며 “인프라·문화 등 대다수 부분들이 하향 평준화돼 있다”고 밝혔다. 농업이 기업화·현대화가 되지 않다 보니 사업 과정에서 여러 농가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데 고충이 많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식탁이 있는 삶을 통해 궁극적으로 농가의 소득을 향상시키고 농업을 하나의 비즈니스로 삼는 문화를 정착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농가가 성장하고 새로움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농가가 변해야 한다”며 “하나의 작물만 고집하는 분들, 보조금으로 생활을 유지해도 만족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비즈니스’ 개념으로 농업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저희도 인식 개선을 위해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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