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광합성 원리를 본 떠 물속에서 햇빛을 받아 수소를 만드는 ‘인공 나뭇잎’의 생산 효율을 극대화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탄소 가스 배출 없이 청정 연료인 수소 생산이 가능해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에너지화학공학부 장지현 교수팀은 게르마늄을 인공나뭇잎에 도핑해 수소 생산 효율을 높이는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도핑은 특정 성능을 얻기 위해 물질에 다른 물질을 첨가하는 기술이다.
게르마늄은 이론상 뛰어난 도핑제지만 실제로는 다른 도핑제보다 효과가 떨어졌는데, 연구팀이 그 이유를 찾아내 기존보다 효율을 3배 이상 높였다.
인공 나뭇잎 시스템의 핵심은 광촉매다. 식물 엽록소처럼 햇빛을 받아 전자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광촉매 주재료로는 철의 녹 성분인 산화철이 꼽힌다. 값도 싸고 무엇보다도 물속에서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화철은 전기전도도가 낮아 이를 높여 줄 첨가제가 필요하다.
게르마늄도 주요 도핑제 후보 중 하나다. 하지만 이론상 기대치에 비해 실제로는 효과가 크지 않은 의문점이 있어 널리 연구되지 않은 물질이다.
연구팀은 광촉매 전극 제조 과정에서 그 원인을 찾아냈다. 주석 성분이 고온의 열처리를 거치면서 광촉매 속으로 침투해 내부 구조를 훼손하는 것이다. 주석은 광촉매에 붙여 쓰는 투명전극에 포함된 성분이다. 광촉매 내부에 게르마늄과 주석이 함께 있으면 내부 구조를 크게 훼손한다는 사실이 이번 연구로 새롭게 밝혀졌다.
장 교수팀은 열처리 때 주석이 함께 도핑 되는 것을 막는 산화게르마늄 막 코팅법을 개발했다. 광촉매 표면적이 열처리 후에 주는 문제도 함께 해결돼 수소 생산 효율이 3배나 높아졌다.
제1저자인 윤기용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간단한 표면처리로 산화철 광촉매 기술의 문제점이었던 낮은 전기전도도와 열처리 후 표면적 감소 현상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또 개발된 코팅법은 미량의 게르마늄 용액에 담갔다 빼기만 하면 될 정도로 과정이 간단해 상업화에도 유리하다.
장지현 교수는 “기존의 단일 산화철 전극으로 구성된 인공 나뭇잎 기술은 수소 생산 효율이 대부분 1~3%에 머물던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 연구에서 입증한 5% 효율은 기존 기술과 비교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이어 “산화철은 이론적으로 15%의 수소 생산 효율을 낼 수 있는 물질이라 가격적인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기술적 잠재력도 우수한 광촉매 후보”라며 “보다 정교한 제조 기술을 개발해 수년 내에 상용화를 이루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석상일 교수와 이준희 교수가 함께 참했다. 연구 성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7월 14일자로 공개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