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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택시 '왕좌의 게임'…비싸지만 빠른 틸트로터냐 느리지만 값싼 멀티로터냐

■토요워치-하늘길 지배할 기체 표준 승자는

전기모터·2차전지에 자율비행 기술 결합…도심 위 하늘 개척

한화·美 조비에이비에이션 등 틸트로터 기체 개발 가장 활발

기술장벽 낮은 멀티로터형은 中 이항·獨 볼로콥터 등 각축

핵심 동력원도 거리따라 리튬이온-수소연료전지로 분화 예고





#자동차의 빨간 후미등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서울 강남대로. 약속 시간에 늦을까 발을 동동 구르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강남에서 광화문까지 가는 에어택시를 검색한다. 근처 버티포트(에어택시 정거장)에서 광화문까지 5분 만에 도착하는 최적 경로가 화면에 뜬다. 예약을 서둘러 마치고 포트에 도착해 ‘부웅부웅’ 프로펠러(Rotor·로터)가 돌아가고 있는 기체에 탑승한다. 헬리콥터처럼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제자리에서 뜬 기체의 로터가 서서히 앞으로 ‘기울어(Tilt·틸트)’진다. 일반 프로펠러 항공기처럼 지상과 수직으로 정렬을 마친 기체가 고속으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뻥 뚫린 하늘길을 가로지르는 에어택시 서비스가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과밀화하는 도심의 교통 체증을 해소하는 데 도로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에서 전기 모터와 2차전지·자율주행 기술이 지렛대 역할을 하며 도심에서 사람과 물건을 실어 나르는 에어택시라는 새로운 서비스가 주목 받고 있다. 도로라는 2차원 공간에 갇힌 이동의 기술이 에어택시 도입과 함께 3차원 공간으로 확대되는 것이다. 에어택시 서비스의 핵심은 기체·활주로가 필요 없는 수직이착륙기(VTOL)다.

이 때문에 항공 기술을 보유한 항공 업체, 대규모 양산 능력을 갖춘 완성차 업체, 스타트업 등 300여 개의 글로벌 기업들이 에어택시 서비스의 핵심이 될 전용 기체 개발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내놓은 VTOL 기체 수만 370여 개(틸트로터형 160여 종, 리프트앤크루즈형 80여 종, 멀티로터형 130여 종)로 추정된다.

VTOL은 전기식(eVTOL)으로 개발되고 있다. 소형 드론처럼 작은 로터 여러 개를 전기 모터로 돌리고 전기로 구동하기 때문에 소음이 적고 탄소 배출도 없다. eVTOL은 크게 세 가지 추진 형태로 압축된다.

한화시스템 '버터플라이'


미국 조비에이비에이션 'S4'


먼저 기술적 난도는 높지만 추진력이나 에너지 효율 측면에서 각광 받는 형태가 틸트로터다. 활주로가 없어도 헬기처럼 이착륙이 가능하고 공중에서 회전날개를 앞으로 기울이면 항공기처럼 먼 거리를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 헬기처럼 떠서 전투기처럼 날아가는 것이다. 미군이 지난 2000년대 중반 실전에 배치한 ‘오스프리’ 수송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산악 지형이 많고 활주로가 부족한 국내 환경에 특히 적합한 기종으로 평가된다.

미국 에어택시 기업의 대장 격으로 유니콘 반열에 오른 조비에이비에이션과 아처, 독일의 릴리움 등 선두 업체들이 틸트로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화시스템이 미국 오버에어와 공동 개발 중인 ‘버터플라이’도 틸트로터 형태다.



중국 이항 '이항216'


독일 볼로콥터 '볼로시티'


양산성이 좋고 기술 허들이 낮은 기체로는 멀티로터 방식이 있다. 중국 이항의 ‘이항216’, 독일 볼로콥터의 ‘볼로시티’가 대표적이다. 기체의 모습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는 드론의 크기를 키운 것과 같다. 50㎞ 이내 거리를 운항하기에 적합하며 운항 속도는 시속 70~120㎞ 수준이다. 탑재 중량은 1~2인승으로 도심 내 단거리 운항에 적합하다.

틸트로터와 멀티로터의 중간 단계인 ‘리프트앤크루즈’ 방식은 이륙용 로터와 전진을 위한 추진용 로터가 각각 따로 달려 있다. 이륙할 때는 수직으로 장착된 로터의 힘을 쓰고 일정 고도에 오르면 수평 방향인 로터로 비행한다. 시속 150~200㎞로 날 수 있으며 운항 거리는 인접 도시를 오갈 수 있는 100㎞ 수준이다. 탑재 중량은 멀티로터와 비슷해 2인 이상을 태우지는 못한다. 이항은 리프트앤크루즈 형태의 기체도 개발하고 있다.

이재우 건국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세계 VTOL 기체 경쟁은 틸트로터·멀티로터·리프트앤크루즈의 삼파전”이라며 “운항 거리에 따라 세 형태가 골고루 사용되겠지만 수익성은 결국 어느 기체가 더 높은 안정성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느냐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느 기업이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 있을까. 루프트한자이노베이션허브의 분석을 보면 틸트로터형에서는 미국 오버에어·조비에이비에이션과 독일 릴리움 등이, 멀티로터에서는 볼로콥터·에어버스 등이, 리프트앤크루즈에서는 중국 오토플라이트 등이 앞서 있다.

글로벌 자본도 이들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조비에이비에이션에는 인텔·도요타를 비롯해 수많은 벤처캐피털이 전략적·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릴리움에는 중국 정보기술(IT) 대장 격인 텐센트가, 볼로콥터에는 인텔·다임러·지리·마이크론 등이 전략적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기체의 심장 역할을 하는 동력원도 기체 추진 기술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한 분야다. 현재 대부분의 VTOL은 리튬이온 배터리로 움직인다. 그러나 배터리만 사용하면 비행 거리가 짧고 충전 시간이 길다. 가동률이 떨어져 수익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주행 시간 1시간 이내의 단거리에서는 배터리, 1시간 이후의 장거리는 수소에너지가 사용되는 식으로 동력원이 분화될 것으로 본다. 수소연료전지는 배터리보다 높은 무게당 에너지 밀도를 가져 장거리 이동 차량이나 무거운 차량에 쓰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VTOL 기체의 동력원으로 수소연료전지를 점찍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신재원 현대차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사업부장(사장)은 3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수소연료전지 추진 시스템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리튬이온 배터리 기반 시스템에 비하면 한 번 충전으로 비행할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고 충전 횟수도 줄어 운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다”며 “에어버스·보잉 같은 항공기 제조 업체들이 수소연료전지로의 전환을 계획하는 것도 이런 이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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