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중형 승용차가 고급·대형차에 밀려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현대차의 아반떼만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올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준중형 승용차 판매가 최근 10년 사이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완성차 5개사의 준중형 승용 모델 판매량은 5만3,797대로, 작년 동기(5만5,489대) 대비 3.0% 감소했다. 이는 10년 전인 2011년 상반기(12만4,336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준중형의 위기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인기로 촉발됐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모델 출시마저 끊기면서 판매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수요 위축과 경영난, 반도체 공급 부족 등 삼중고에 시달리는 한국GM과 르노삼성차는 한때 주력 모델이던 크루즈와 SM3를 단종했다. 현대차가 준중형 대표 모델인 아반떼 외에 해치백 모델인 i30와 벨로스터, 친환경 전용 모델인 아이오닉 등을 판매했으나 해치백을 선호하지 않는 국내 시장 입맛에 i30는 유럽 공략에 집중하며 국내에서는 모습을 감췄다. 아이오닉은 최근 현대차가 선보인 중형급 SUV 모델 아이오닉 5로 대체되며 준중형 세단 목록에서 빠졌고, 벨로스터 역시 판매량이 많지 않다.
상반기 차종별 실적을 보면 아반떼가 4만222대 팔려 국내 준중형 세단 판매량의 74.8%를 차지했고, 최근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을 내놓은 기아 K3가 1만3,227대로 24.6%를 차지했다. 사실상 두 차종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같은 기간 벨로스터는 346대, 사실상 단종된 아이오닉과 i30는 각각 1대 팔렸다.
업계에서는 2년 뒤쯤으로 예상되는 기아 K3의 신차 출시 이전까지 준중형 판매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나마 판매량이 작년 상반기보다 7% 늘어난 아반떼 정도가 선전하고 있는 모습이다. 신형 아반떼는 기존에 없던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가하고 최근 고성능 모델 N을 선보이는 등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SUV에 대한 선호 현상으로 사실상 준중형 승용 모델은 시장의 관심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라며 "다만 아반떼가 최근 미국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고, 젊은 세대의 관심을 끌 만한 고성능 모델까지 추가한 만큼 판매 반등이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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