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새 임대차법이 시행된 이후 반전세 등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은행 이자보다 비싼 월세를 매달 꼬박꼬박 내야하는 만큼 임대차법 이후 서민의 주거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한 40대 가장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전셋값이 급등해 감당할 수 없다”며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1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 통계를 보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개인청구권을 골자로 하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1년 간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총 17만6,163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월세를 낀 거래는 6만1,403건으로, 전체 임대차 거래의 34.9%에 달한다. 새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재작년 8월부터 작년 7월까지 해당 비율이 28.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월세를 낀 거래 비중이 6.8%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월세 거래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천구의 경우 법 시행 전 22.2%(2,333건 중 517건)에서 시행 후 54.7%(3,635건 중 1,988건)로 32.5%나 급등했다. 그 뒤를 강동구(16.2%포인트), 마포구(11.4%포인트)가 이었다.
고가 전세가 밀집한 강남 3구의 경우 강남구 34.5%에서 38.4%로 3.9%포인트 오른 것을 비롯해 서초구 32.6%→38.2%(5.6%포인트↑), 송파구 30.8%→36.3%(5.5%포인트↑) 등으로 모두 월세 낀 거래 비중이 서울 평균을 웃돌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가 많은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월세 비중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 노원구는 26.5%에서 28.6%로 2.1%포인트 증가했고, 도봉구는 25.2%에서 26.0%로 0.8%포인트, 강북구는 24.8%에서 28.1%로 3.3%포인트 상승했다. 지난달 기준 임대차 거래에서 월세 낀 계약 비중이 30%에 미치지 못하는 지역은 '노·도·강'을 비롯해 은평구(22.5%→29.2%), 양천구(21.8%→28.9%), 광진구(24.5%→28.0%) 등 총 6곳에 불과했다.
전셋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월세, 반전세 등의 임대료도 함께 올라가는 추세다. 대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지난달 계약 신고가 이뤄진 임대차 거래 36건 중 월세를 낀 거래는 44.4%에 달하는 16건으로 집계됐다. ‘국평’이라 불리는 전용 84㎡의 경우 작년 상반기 보증금 1억원에 월세 250만원 안팎에 다수 거래가 이뤄졌다. 임대차법 시행 이후인 지난해 10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00만원이었는데, 올해 1월 들어서는 보증금 1억원에 월세 330만원으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법 도입에 따라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 기존 계약을 2년 연장하는 임차인이 늘면서 이들의 주거 안정성은 개선됐지만, 전세 시장에 나오는 물건이 줄어들면서 전세난이 심화했다고 지적한다.
‘억’ 단위로 뛴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매달 100만원 안팎의 현금을 월세로 내야 하는 무주택자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반전세로 계약한 A씨는 "아내 직장과 가까운 곳에 신혼집을 구하려 주변 아파트를 돌아다녀 봤지만, 순수 전세는 없고, 있어도 임대료가 너무 비싸 감당할 수 있는 물건이 없었다"면서 "집값이 너무 올라 맞벌이를 해도 내 집 마련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기약할 수 없고, 그동안 매달 내야 하는 월세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와 내년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도 많지 않아 전세난이 해소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입주자 모집공고 기준 3만864가구로, 작년(4만9.411가구)보다 37.5% 적다. 올해 하반기 입주 물량은 상반기보다 25.9% 적은 1만3,141가구에 그치고, 여기에 내년도 입주 물량도 2만463가구로, 올해보다 33.7% 줄어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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