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시상대에 사상 처음으로 태극기를 올린 여자 기계체조 선수로 기록된 여서정(19·수원시청). 그는 “이제는 더 열심히 준비해서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여홍철 딸’ 여서정이 아버지에게 ‘올림픽 메달리스트 여서정의 아빠’라는 자랑스러운 수식어를 선물했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에는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선물했다. 한국 체조는 1960년 로마 올림픽에 처음 여자 기계체조 선수를 파견한 이후 61년 만에 최대 경사를 맞았다.
여서정은 1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체조 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기계체조 도마 결선에서 1·2차 시기 평균 14.733점을 획득했다. 레베카 안드라데(브라질·15.083점), 마이케일러 스키너(미국·14.916점)에 이은 3위 기록. 그는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1996 애틀랜타 대회 남자 도마 은메달의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와 함께 한국 최초의 부녀(父女) 올림픽 메달리스트라는 역사를 썼다. 여서정은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는 말로 다음 올림픽 금메달 목표를 일찌감치 밝혔다.
1차 시기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등재된 난도 6.2점짜리 기술 ‘여서정’을 펼쳐 수행 점수 9.133점을 보탠 여서정은 15.333점의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금메달까지 기대할 만했다. 난도 5.4점짜리 기술로 나선 2차 시기에 14.133점의 다소 박한 점수를 받아 평균 점수에서 두 선수에게 밀렸지만 첫 올림픽에서 챙긴 값진 수확이었다. 동메달 확정 순간 여서정은 이정식 대표팀 감독, 민아영 코치 등을 끌어안고 펑펑 울었다.
‘여서정’ 기술은 아버지 여 교수의 기술인 ‘여2’를 응용해 만든 것이다. ‘여2’는 힘차게 달려가 양손으로 도마를 짚은 뒤 공중으로 몸을 띄워 두 바퀴 반을 비틀어 내리는 기술이다. 900도를 회전한다. ‘여서정’은 ‘여2’보다 반 바퀴 덜 도는 720도 회전 기술이다. 회전수는 적지만 여자 선수에게 어려운 기술이라 난도 점수가 높다.
여서정은 “1차 시기에 너무 잘 뛰어서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 2차 시기에서 실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면서도 금메달이 아쉽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아쉽지 않다. 만족한다”고 해맑게 웃었다.
“일본에 온 뒤 자신감이 많이 없어져서 아빠랑 문자를 많이 주고받았다”고 소개한 여서정은 “아빠가 장문으로 많은 글을 써줬고, 지금껏 잘해왔으니 열심히 준비하라는 격려를 해주셨다”고 했다. 이어 “아빠가 계셔서 그간 부담감도 많았고 보는 시선도 많았는데, 이제는 더 열심히 준비해 아빠를 이겨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날 TV 중계 해설 위원으로 딸의 경기를 시청자들에게 전한 여 교수는 동메달 확정 순간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는 “이제는 여서정의 아버지로 불리고 싶다. 당연히 저를 넘어서야 한다”고 했다.
남자부 마루운동 결선에서는 류성현(19·한국체대)이 8명 중 4위에 올랐다. 김한솔(26·서울시청)은 8위로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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