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청와대 회의에서 “신재생 비율을 산정할 때 일부 태양광발전 설비에서 생산한 전력은 계량되지 않는다”며 태양광발전량이 실제보다 과소평가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지적은 탈원전을 주장하는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이 “올여름 최대 전력 수요 시간대가 오후 2시에서 5시로 밀려난 것은 자가소비되는 태양광 설비 덕분”이라고 밝힌 것과 관련이 있다. 실제 국내에서 태양광이 가장 많이 설치된 전남의 경우 지난달 30일 기준 오후 1시에 태양광발전량이 가장 많았고 그다음으로 오후 2시, 정오, 오후 3시 순이어서 해당 시간대에 자가 사용을 위한 전력이 증가한 덕분에 최대 전력 수요 시간대가 늦춰졌다.
하지만 에너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특정 시간대나 날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태양광의 한계를 역설적으로 명확히 보여주는 동시에 태양광은 태양광을 위한 보조 에너지원이 필요하다는 현실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산업체나 상가 등의 난방 수요가 많은 한겨울에는 태양광발전량이 크게 낮아지며 태양광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역대 1월 기준 최고 전력 사용량은 지난 1월 11일 11시에 기록한 90.56GW였다.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했던 1월 8일의 전력 피크 시간 또한 11시였다. 겨울철 오전 11시는 태양광의 발전효율이 중간 정도에 불과한 데 비해 난방 수요 등으로 전력 사용량은 높은 시간대로 분류된다.
태양광은 이 때문에 올 1월 한파 극복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 1월 초 태양광발전의 피크 기여도는 0.4%에 불과했다. 올 1월 초 폭설과 강추위로 태양광 패널 위에 눈이 쌓인 데다 기온까지 떨어져 태양광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태양광의 낮은 전력 기여도는 올해뿐 아니라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실제 3일 연속 전력 수요가 77GW를 넘어섰던 2015년 1월 7~9일의 경우 전력 피크 시간대가 10시 또는 11시였다. 태양광 덕분에 한여름 전력 피크 시간대가 6년 새 3시간가량 늦춰진 반면 겨울철 전력 피크 시간대는 변동이 없다. 특히 태양광이 ‘제 역할’을 한다는 말이 나오는 여름철 역시 지나치게 큰 태양광의 발전량 변동성이 송배전망의 안정성을 해치면서 전력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전력거래소 통계에 잡히지 않는 발전량까지 포함하면 태양광발전량이 원전 몇 기에 달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결국 해가 지면 그만큼의 발전량이 전력 계통에서 사라진다는 뜻”이라며 “겨울이 돌아오면 태양광의 ‘민낯’은 다시 드러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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