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이 2020 도쿄 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 4개를 따내며 세계 최강 자리를 다시 입증했다. 여자 단체전 9연패와 남자 단체전 2연패를 석권하면서 새 역사를 썼다. 대한양궁협회장을 맡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6일간의 해외 출장을 마치고 1일 오후 김포국제공항으로 귀국하며 한국 양궁 대표팀의 선전에 대해 “양궁인들 모두가 같이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한국 양궁을 지난 37년 지원해오면서 초일류를 향한 DNA를 공유하며 함께 성장해왔다. 서로 벤치마킹하며 쌓아온 한국 양궁과 현대차그룹의 ‘성공 DNA’가 닮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혁신만이 살길=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이 앞설 수 있던 첫째 비결은 혁신과 차별화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을 스포츠에 접목시켜 창의적인 훈련 방법을 끊임없이 개발했기 때문이다. 도쿄 대회를 앞두고는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활 비파괴 검사, 고정밀 슈팅 머신, 비전 기반 심박 수 측정 장비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이 양궁 대표팀에 제공한 첨단 기술 중 “화살을 골라내는 기술이 참 중요했다”면서 “화살의 편차가 없이 좋은 화살을 골라 쏠 수 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도 최근 일하는 방식에서의 변화와 혁신을 추진하고 사업 영역에서도 투자와 제휴를 통해 ‘자동차 제조 기업’에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인류를 위한 진보’를 목표로 경쟁력 갖춘 자동차를 계속 선보이는 한편 수소전기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로봇 등 첨단 영역에서 새로운 기술 개발과 사업 추진 등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인재 발탁, 실력이 우선=실력 중심의 인재 발탁 모습도 닮았다. 현대차그룹은 37년간 협회를 지원하면서 선수단 선발 및 협회 운영에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고 있지만 단 한 가지 원칙을 주문하고 있다. 협회 운영은 투명하게, 선수 선발은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양궁 남자 대표팀에서는 막내 김제덕(17), 둘째 김우진(29), 맏형 오진혁(40) 등 10대, 20대 후반, 40대가 한 팀을 이뤄 금빛 화살을 쏜 점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공서열 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젊은 인재를 발탁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직급과 호칭 체계를 축소 통합하고 승진 연차 제도를 폐지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팀장과 임원이 될 수 있도록 했다.
◇훈련이 실전=실전보다 더 실전처럼 연습하는 모습도 공통분모 중 하나다. 한국 대표팀은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을 그대로 재현한 진천선수촌 훈련장에서 하루 최대 500발씩 쏘며 실력을 갈고닦았다. 경기장을 그대로 재현해 훈련하도록 한 것은 현대차그룹에서 먼저 시작됐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품질 강화를 위해 2002년부터 운영한 ‘파이롯트센터’가 원조로 신차 양산에 앞서 양산 공장과 동일한 조건에서 시험차를 생산·운행하는 곳이다.
◇미래 인재 양성=미래 인재에 대한 투자를 성공의 기본기로 꼽은 점도 비슷하다. 양궁협회는 유소년부터 국가대표에 이르는 우수 선수 육성 체계를 구축하는 등 양궁 꿈나무의 체계적인 육성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양궁 지도자 연수 과정을 마련해 일선 코치들에게 선수의 각 성장 단계별 필수 훈련 요소들을 교육하는 등 선수뿐만 아니라 코치 양성에도 힘을 쏟는 것은 물론 국제 대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국가대표·상비군·지도자·심판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도 자동차 분야 미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펼치고 있다. 산학 협력 기업인 현대엔지비를 설립해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바탕으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국내외 대학 및 연구기관과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연구장학생제도를 마련해 학사·석사·박사 과정 중인 우수한 인재를 조기에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입국장에서 현대차 노사가 3년 연속 분규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을 타결한 데 대해 “노사가 함께 협력해 만든 결과로 의미 있다고 보며 이런 관례가 쭉 지속돼 더 많은 대화를 하면 좋겠다”며 “MZ세대의 목소리도 많이 반영하며 성과급도 건설적인 방향으로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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