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혐의로 국내외 선사 23개에 과징금 부과를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5월 국내 12개 해운사와 해외 11개 선사에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운임 담합 행위를 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는 심사보고서를 냈다. 과징금 부과 규모는 8,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소 선사 관계자는 “과징금을 내려면 보유 선박을 팔아야 한다”며 “가뜩이나 선박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상적인 운항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공정위가 한국~동남아 항로뿐만 아니라 한국~중국, 한국~일본 항로 운임에 대한 추가 조사에 나설 경우 과징금 규모가 2조 원 수준까지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는 선사들이 운임이나 화물 적재 등 운송 조건에 대한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해운법과 배치된다는 게 해운 업계의 주장이다. 한국해운조합은 “공정위가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제2의 한진해운 파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적선사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항만 근로자의 대량 실직 사태나 각종 항만 부대 산업이 붕괴하는 등의 부정적 연쇄효과도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김영무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도 “과징금 부과는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 산업 재건 정책에 정면 배치된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외국 주요 해운사들이 우리나라 화물을 거부하는 ‘한국 패싱’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해운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의 특성을 무시한 과도한 규제로 결국 중소 수출업체들만 피해를 볼 것”이라며 “대체 어느 나라 공정위인지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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