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고성군 양돈농가에서 이른바 '돼지 흑사병'이라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치솟고 있는 밥상물가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 여름에는 휴가철을 중심으로 육류 수요가 늘어나는데다, 올해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집밥 수요까지 커져 있는 상황이라 ASF 방역에 차질이 생기면 추석을 앞두고 돼지고기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유통가는 당장의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육을 대량 확보하거나 냉장 비축물량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ASF 발생에 따른 수급 차질이 생기지 않도록 예의주시하면서 물량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ASF로 인해 강원도 지역은 10일 오전 10시까지 이동제한이 있고, 폭염 영향 등의 영향으로 돼지 출하가 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전주부터 금주간 매입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초기단계이기도 하고, 발병지가 다소 외진 강원도 고성 쪽이다보니 확산세를 지속 예의주시하고 있는 단계”라며 “사태가 장기화 될 경우 수입산 돈육 물량을 더 확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돼지고기 가격은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 냉장 삼겹살 소매가격은 지난 6일 기준 100g당 2,584원으로 전년 대비 9.1% 오른 상태다. 평년 대비로는 18.5%나 비싸 이미 '금(金)겹살'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유통가는 추가적으로 돼지고기 가격 상승에 대한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돼지고기 할인 행사도 준비했다. 롯데마트는 오는 18일까지 1등급 이상 브랜드 돼지고기 삼겹살과 목심(100g 기준)을 기존가 대비 12% 가량 할인된 2,880원에 판매한다. 이마트도 오는 11일까지 브랜드 삼겹살과 목살 20% 할인 행사를 하고 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와 아프리카돼지열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8일 강원 고성의 돼지농장에서 ASF 감염사례가 확인됐다. 지난 5월 강원 영월의 흑돼지 농장 이후 3개월여 만이다. 인근에 돼지농가 2곳이 3,100여 마리를 사육 중이어서, 추가 확산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ASF는 전염되기 쉽고 치명적인 바이러스성 질병이다. 지난 2019년 9월에는 경기도 파주·연천·김포, 인천광역시 강화까지 확산돼 방역당국이 긴장한 바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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