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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F 날벼락…"이미 金겹살인데 또 올라?" 장보러 가면 한숨만

■밥상물가 비상

돼지열병 발생 농가 이동중지에도

확산땐 돼지고기 가격 급등 불보듯

수입산 8개월째 올라 대체 어려워

계란·우유·밀가루 원자재값도 껑충

카스텔라·토스트 가공식품 줄인상

9일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약 석 달 만에 국내 농가에서 다시 발생하면서 돼지고기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의 한 농축산물 전문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 돼지고기를 고르고 있다. /이호재 기자




강원도 고성군 양돈 농가에서 ‘돼지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면서 추석을 앞두고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8일 내려진 이동 중지 명령만으로 일시적인 돼지고기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고 만에 하나 ASF 확산세가 커져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면 가격 상승세를 걷잡을 수 없게 된다. 추석 전에 상생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예정된 데다 수입 삼겹살 가격이 8개월째 상승하고 있는 점은 우려 요인이다.

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일 ASF 발생으로 살처분된 돼지는 2,387마리로 전체 사육 마릿수 대비 0.02% 수준이다. 다행히 ASF가 발생한 강원 고성군 농장 반경 10㎞ 내 양돈 농장 2곳에 대한 정밀 검사 결과는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6월 기준 돼지 사육 마릿수가 1,115만 마리로 전년보다 증가해 공급 여력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ASF에 의한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은 돼지고기 유통에 차질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국산 냉장 삼겹살 1㎏당 평균 소매가격은 2만 5,930원으로 일주일 전(2만 5,220원)보다 2.8% 올랐다. 전년(2만 3,900원)과 비교해서는 8.5%, 평년(2만 1,980원)과 비교해서는 18.0% 높다. 한 대형마트업계 관계자는 “현재 강원도 지역에 10일 오전 10시까지 내려진 이동 제한 등의 영향으로 돼지 출하가 50%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주부터 이번 주 간 매입 가능한 물량을 최대한 매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미 소비자 사이에서 ‘금(金)겹살’이라는 불평이 커지는 가운데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면 삼겹살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2019년 9월 17일 경기 파주시 돼지 농장에서 국내 첫 ASF 확진 사례가 나오자 삼겹살 소매가격은 ㎏당 2만 287원에서 약 2주 뒤 2만 1,858원으로 7.7% 뛰었다. 당시에는 농장 내 ASF 감염이 14건이나 발생하며 약 15만 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현재 중앙사고수습본부는 강원 고성군 등 15개 시군에 있는 양돈 농장 진입로와 주요 도로에 광역방제기, 방역 소독 차량 등 소독 차량 63대를 동원해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오염원이 농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진행 중인 강원 남부, 충북, 경북 북부 지역 양돈 농가의 방역 시설 개선을 조속히 마무리하고 광역 울타리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수입산 돈육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수입 삼겹살 가격도 상승세라 물량 확보가 만만치 않다. 관세청 수출입 무역 통계에 따르면 삼겹살(냉동) ㎏당 수입 가격은 지난해 11월 5,489원에서 매달 올라 지난달에는 7,044원으로 28.3%나 올랐다. 유럽 8개국에서 사육 돼지 825건, 야생 돼지 4,290건 등 총 5,115건, 아시아 7개국에서 총 695건의 ASF 감염 사례가 발생한 것과 관련이 깊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 삼겹살 2위 수입국이었던 독일에서 ASF 발생으로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져 수입량 자체가 많이 줄었다”면서 “미국산 돼지고기의 가격은 전년 대비 2배 수준인 데다 중국의 수입량도 늘어 복합적으로 공급가격이 높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수입 삼겹살은 국내 공급의 약 35%를 차지하고 있다.

냉면 등 외식 물가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가운데 가공식품 가격도 들썩이고 있다. 반년 넘게 지속된 계란값 고공 행진에 이달부터 원유값 인상이 결정되면서다. 실제 서울의 유명 베이커리인 태극당은 1만 5,000원에 팔던 카스텔라 가격을 최근 1만 8,000원으로 올렸다. 계란 토스트로 유명한 에그드랍도 토스트 가격을 최대 700원가량 인상했다. 투썸플레이스도 이달 6일부로 케이크 가격을 2년 6개월 만에 4%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상황에서 가격까지 올리기는 쉽지 않았다”면서도 “원재료값이 계속 올라 ‘역마진’이 나기 시작해 가격 인상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유업계도 낙농진흥회의 원유값 상승에 따른 가격 인상을 검토 중이다. 우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낙농진흥회에서 원유값을 ℓ당 21원 인상하라고 했기 때문에 우유 소비자가격 역시 올라갈 것”이라며 “정부가 우유값 인상 자제를 읍소하고 있어 논의 중이나 결국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값 인상이 최종 결정되면 우유뿐 아니라 원유가 들어가는 아이스크림 등으로 도미노 인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밀가루 가격 인상에 따라 국민 간편식인 라면 가격도 최근 대폭 상승했다. 오뚜기를 필두로 농심이 뒤를 이었다. 농심은 오는 16일부터 신라면 등 주요 라면의 가격을 평균 6.8% 인상한다. 오뚜기는 이달 진라면과 스낵면 등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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