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사업자의 금융당국 신고 마감 시한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마켓플레이스가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NFT가 가상자산으로 분류되면 이를 보관하거나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도 암호화폐 거래소처럼 금융당국에 신고해야만 영업을 지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NFT 관련 사업자의 신고 대상 여부에 대해 명확한 유권 해석을 내리지 않고 있어 현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NFT 투자는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올 초 '반짝 흥행' 이후 잠잠해지나 싶었지만 지난달부터 다시 불이 붙는 양상이다. 대표적인 NFT 관련 암호화폐인 플레이댑(PLA)과 엑시인피니티(AXS)는 7월 한달 간 업비트 기준으로 각각 181.74%, 649.96% 급등했다.
NFT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블록체인 업계는 앞다퉈 NFT 마켓 플레이스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는 가상자산 지갑 ‘클립’과 연계한 NFT 경매 플랫폼 ‘클립 드롭스’를 론칭했다. 블록체인 전문기업 코인플러그도 앞선 지난달 20일 NFT 발행 및 판매 플랫폼 ‘메타파이’ 베타버전을 내놨다. 암호화폐 거래소도 직접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코빗이 지난 5월 거래소 최초로 NFT 마켓을 열었고,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역시 서울옥션과 협약을 맺고 NFT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국내 대다수 NFT 마켓 플레이스 사업자들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상 신고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NFT를 암호화폐와 같은 '가상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NFT 마켓 회사들은 특금법 신고 수리 필수 요건인 정보보호체계인증(ISMS)조차 확보하지 못한 곳들이 수두룩한 실정이다. 현행 특금법 제2조 제3호는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니고,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하고 있다. 송석현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경제적 가치'가 너무 넓은 표현이라 판단이 힘들긴 하지만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하면 NFT도 가상자산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법문 상으로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되는 NFT는 모두 가상자산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NFT가 가상자산이라면 NFT 마켓플레이스는 ‘거래소’ 범위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다. 고객 자산을 보관하는 개념에서 ‘수탁 사업자’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사업자 범위에 포함된다면 NFT 마켓플레이스도 필수 요건인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만약 원화로 NFT를 사고팔 수 있다면 은행으로부터 실명인증 확인계좌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특금법 시행 전부터 운영하고 있던 마켓플레이스라면 유예기간 6개월을 부여 받아 오는 9월 24일까지 필수로 신고해야 한다. 법 시행 이후 운영을 시작했다면 ‘미신고 운영’으로 간주할 수 있어 더욱 복잡한 법적 절차를 밟게 된다.
신고를 하지 않고 운영을 이어가는 NFT 마켓은 불법 영업을 하는 것으로 간주돼 한순간에 사이트가 폐쇄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NFT 마켓 이용자들은 물론 NFT 거래에 사용되는 토큰 투자자들 역시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당국은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이 암호화페 거래소의 신고 수리 절차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면서 NFT 마켓플레이스처럼 거래소 외 다른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명확한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아 현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NFT가 가상자산에 해당하는지 구체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NFT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이 ‘가상자산 사업자’ 해당 여부가 궁금하다면 구체적인 사업 내용을 토대로 FIU에 문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금융당국이 하루 빨리 신고 대상 가상자산사업자의 범위를 좀더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변준환 코인플러그 메타파이팀 이사는 “NFT 마켓이 특금법 신고 대상으로 확인되면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빗 관계자 역시 “거래소 운영(가상자산 교환 및 보관)에 관해 받은 ISMS 인증 범위에 NFT 마켓이 포함되는지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최근 여야를 중심으로 신고 수리 마감시한 유예 조치 등을 담안 특금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되면서 금융당국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의 정의가 다시 바뀔 수 있는만큼 '일단 두고 지켜보자'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이라면서 "금융당국이 NFT 마켓 사업자의 신고 대상 결정을 미룰수록 시장의 혼란과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