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스피드 주택 공급’ 공약이 속도를 전혀 내지 못하고 있다. 취임 일주일 안에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던 호언장담과 달리 4개월이 지났지만 눈에 띄는 공급 정책이 보이질 않는다. 각종 장애물이 가로막고 있다. 강남권 정비 사업 단지들은 연합회를 결성해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공동 행동에 나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집값은 계속 치솟고 있다. 강남에서는 평당 1억 원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고 ‘노도강’ ‘금관구’ 등에도 외곽 30평형까지 10억 원을 넘어선 상태다.
◇실종된 스피드 주택 공급=서울 주요 재건축 지역 주민들은 오 시장이 취임 후 이렇다 할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압구정 현대, 개포 우성, 대치 은마, 잠실주공5단지 등 강남권 28개 재건축 조합 등은 서울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 ‘강남구정비사업연합회’를 발족하기도 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된 측면이 있는데 취임 4개월이 지났는데도 선거 공약과 다르게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면서 “재건축 규제 완화는 둘째 치고 지구단위계획 고시 및 건축 심의 진행이라도 빨리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오 시장이 지난 5월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하고 소규모 재건축 활성화에 나섰지만 정작 주택 공급의 핵심인 재건축 부문이 빠져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서울시가 정부의 공공재개발 및 재건축에 협조하고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이끌어내는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면서 “서울 도심지의 경우 재개발과 재건축을 둘 다 활성화해 공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하는데 재건축 위주가 아닌 재개발 쪽으로 가는 것은 포퓰리즘적”이라고 비판했다.
◇외곽도 10억…천장 뚫린 서울 아파트 값=주택 공급이 지지부진하면서 서울 아파트 값은 치솟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는 0.20% 올라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85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수급 지수 역시 기준선인 100을 넘겨 매수 심리가 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소위 ‘노도강’이라 불리는 노원·도봉·강북구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동북권이 110.1에서 113.2로 3.1포인트 오르며 지난해 8월 첫째 주(114.5) 이후 1년 만에 매수 심리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외곽 지역에서도 국민 평형인 전용 84㎡ 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서는 등 집값 천장이 뚫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중계동 한화꿈에그린 전용 84.9㎡는 지난달 12일 10억 원(14층)에 신고가로 거래되며 처음으로 10억 원을 넘었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아이파크5차 84.45㎡는 올해 3월 10억 9,700만 원(16층)으로 한 달 전에 비해 1억 원 이상 올랐고, 지난달 10일 11억 8,000만 원(14층)에 다시 신고가를 경신했다. 강북구에서도 미아동 두산위브트레지움 84㎡가 지난달 10억 1,000만 원(18층)으로 10억 원을 돌파하는 등 가격 상승이 계속되고 있다.
한강 이남에서도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이 멈추지 않고 있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84㎡는 4월 10억 1,000만 원으로 처음 10억 원을 넘어선 뒤 이달 2일 10억 3,900만 원에 신고가로 거래됐고,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84.79㎡는 2월 처음 10억 원을 돌파하더니 지난달에는 신고가 10억 4,000만 원에 계약서를 썼다.
오세훈 시장은 향후 5년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 사업을 통해 24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공급은 이뤄지지 않고 집값은 계속 오르기만 하는 상황이다. 오 시장 임기는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