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40포인트.
신조선가의 최근 전고점이다. 조선업계에 140포인트는 지난 7년 동안 난공불락처럼 여겨졌다. 수주 잔고는 늘 2년을 밑돌았고 선주와 선박 가격 계약에서 우리 조선사들은 을이 돼야만 했다. 그러다 상황이 역전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물동량 증가, 해운 운임 상승에 힘입어 한시라도 빨리 선박을 투입해야 하는 해운사들이 중고선박을 마구잡이로 사들이고, 이도 모자라 신조 선박 계약에 나서며 마의 벽처럼 느껴졌던 140포인트가 깨지고야 말았다. 업계에서는 ‘선박 부족→중고선가 상승→신조선가 상승→조선사 실적 개선’이라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9일 영국 조선 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신조선가지수는 145포인트를 기록했다.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7년 동안 지난 2014년 140포인트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그러다 7월 넷째 주 142포인트로 전고점을 넘어선 후 우상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가 수주 물량을 2년치 이상 확보한 데다 급등한 후판 가격을 선박 계약에 반영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신조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동량 증가, 운임 상승으로 막대한 수익을 쌓은 선사들의 발주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는 선박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으로 조선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다”고 설명했다.
중고선가 급등도 신조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평균 93포인트였던 중고선가지수는 올 7월 156포인트로 7개월 새 64.74%나 상승했다. 지난달 한 미국 사모펀드는 세계 2위 해운사인 MSC에 2005년 건조된 8,5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2척을 2018년 매입가 대비 5배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물동량 증가, 운임 급등에 선사들이 당장 투입 가능한 중고선을 앞다퉈 매입하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것이다.
업계에서는 해운 운임 강세가 조선업황 개선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본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해운 운임 상승이 중고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중고선가 상승으로 신조선가도 지난해 말부터 상승하면서 해운업황 강세가 조선업황에 연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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