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방준혁 넷마블(251270) 이사회 의장이 다른 회사에 지분 투자해 지난 6년간 벌어들인 돈이 4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방 의장이 주식 재테크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고 있기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본업인 게임업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투자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최근 지분을 사들인 소셜카지노게임 업체 스핀엑스(spinX)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는 ‘방의 한 수’가 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넷마블은 지난 12일 보유 중이던 카카오게임즈(293490) 주식 321만 8,320주를 2,536억 원에 매각했다. 3년 전 매입 시 지불했던 500억 원 대비 가치가 407.21% 불어났다. 10일에는 카카오뱅크(323410) 보유 주식 약 1,524만 주 중 600만 주를 4,302억 원에 처분했다. 이 역시 당시 600만 주 매입 가격인 361억 원과 비교하면 무려 1,091.50% 뛴 셈이다. 사흘간 넷마블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게임즈 지분 매각을 통해서만 총 6,838억 원을 현금화했다.
카카오뱅크·카카오게임즈를 포함해 2015년부터 이날까지 6년간 넷마블이 지분 투자를 통해 매입한 지분의 평가 차익은 무려 3조 9,613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보유 중인 주식까지 포함한 투자자산 가치는 6조 3,437억 원에 육박한다. 2015년 상호 지분 투자를 통해 매입한 엔씨소프트(036570) 주식 195만 주(3,911억 원)의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292% 뛴 1조 5,327억 원으로 늘었다. 2018년 사들인 하이브(352820)(옛 빅히트) 주식 709만 주(2,014억 원)는 현재 2조 1,192억 원짜리 자산이 됐다. 2019년 논란 속에 인수한 코웨이(021240) 지분 1,851만 주(1조 7,400억 원)만 3,479억 원가량 손해를 보고 있다.
넷마블이 보유한 지분 가치의 수직 상승은 해당 기업들이 잇따라 가파른 주식 상승률을 기록하거나 기업공개(IPO) 흥행에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카카오뱅크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3만 9,000원) 대비 96.41% 오른 7만 6,600원을 기록하며 은행 업종 대장주로 올라섰다.
게임주인 카카오게임즈·엔씨소프트는 전고점 대비 하락한 상태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BBIG(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바람을 타고 주가가 폭발적으로 올랐다. 모바일 게임 ‘오딘’이 대히트를 치면서 주가가 급등한 카카오게임즈는 올 들어 주가가 67.61% 솟았다. 엔씨소프트는 부진한 2분기 실적으로 주가가 78만 원대를 기록하고 있지만 매입 당시 10만~20만 원 선이었던 주가가 2019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올랐다. 하이브 역시 상장 흥행 후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정작 본업인 게임 사업에서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넷마블 주가는 부진하다. 넷마블은 기존 게임 매출 하락으로 올 1분기와 2분기 연속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냈다. 1분기보다 ‘리니지2 레볼루션’ 등 기존 게임들의 매출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여기에 인건비·마케팅비 등의 비용은 오히려 증가하면서 영업이익(162억 원)이 전년 동기 대비 80.1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주식 재테크’도 좋지만 더 중요한 것은 게임업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투자라고 지적했다. 결국 시장에서 넷마블 주가를 평가하는 잣대는 영업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이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가 상승을 위해서는 기존 게임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신작이 흥행하는 그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으로 방 의장의 손이 향한 소셜카지노게임사 ‘스핀엑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넷마블은 2일 스핀엑스를 2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고 공시했다. 스핀엑스 인수로 기존 역할수행게임(RPG) 장르에 캐주얼 게임 영역이 더해지며 그동안 한계점으로 지적돼온 경쟁력 확충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훈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셜카지노게임사 중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스핀엑스가 올 4분기부터 넷마블 실적에 연결될 경우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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