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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보증금 574억원 안 돌려줘…'악성 임대인' 사고 역대 최고치 경신

서울 빌라 밀집촌 모습./연합뉴스 자료사진




집주인이 전세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사고 금액이 지난달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사고 금액(건수)은 지난달 554억원(259건)으로, 금액과 건수 모두 월간 기준으로 역대 최고·최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 후에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집주인을 대신해 가입자(세입자)에 보증금을 대위변제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행사하는 구조의 상품이다.

상품의 사고액은 HUG의 실적 집계가 시작된 2015년부터 매년 증가하는 모습이다. 사고액은 2016년 당시 34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4,682억원으로 폭증했다. 올해 들어서는 7개월 동안 3,066억원에 이르렀다. HUG의 대위변제액도 늘고 있다. 대위변제 금액은 2016년 26억원에서 지난해 4,415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7월까지의 누적 대위변제금액 또한 2,611억원에 달한다.



특히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를 반복해서 내는 악성 임대인들 또한 늘어나는 상황이다. 김상훈 의원실이 입수한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중복사고 발생 임대인 순위’ 자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 이모 씨는 세입자 283명에게 전세보증금 574억400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들은 빌라 분양업자·중개업자와 짠 뒤 전세보증금을 부풀리고, 세입자를 끌어들여 갭투자 하는 방식으로 다세대주택을 집중적으로 매입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들 악성 임대인 상당수가 현재 잠적한 상황이다.

사고 건수가 많은 악성 임대인 상위 31명 가운데 HUG가 전세보증금을 대신 갚아주고 변제액을 회수하지 못하거나 회수율이 0%대인 사례는 15건으로 집계됐다. HUG는 보증금 상환 의지가 없는 임대인의 보유 주택을 경매에 부치고, 이들 주택에서 나오는 수익을 변제에 충당하는 강제관리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으나 회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아직 사고가 발생하지 않거나 피해를 인지하지 못한 잠재적인 피해자가 훨씬 많다는 점도 문제다. 진모 씨는 6월 말까지 세입자 183명에게 전세보증금 342억9,625만원을 돌려주지 않았다. HUG가 파악한 그의 보유 주택 수는 실제 발생한 피해 규모보다 큰 424채에 달한다. 김모 씨의 경우는 같은 기간 세입자 108명에게 212억7,100만원을 미반환했으나 HUG가 파악한 김씨 명의의 주택 수는 817채에 달한다. 아직도 자신이 피해자인 사실도 모르는 세입자도 허다하다. 세입자는 대부분 빌라에 전세를 얻은 신혼부부이거나 갓 취업한 사회초년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국토부는 지난해 7·10대책을 발표하면서 등록 임대사업자가 소유한 임대주택의 보증금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신규 등록 임대사업자만 지난해 8월 18일부터 적용됐고, 기존 임대사업자는 오는 18일부터 적용된다. 18일 이후 악성 임대인의 전세보증금 미반환에 따른 세입자 피해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나 가장 큰 문제는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사실상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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