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간에 급격히 오른 환율도 기업들에 부담이 되고 있다. 원화 가치 하락에 원자재 수입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 더해 변동성까지 확대되고 있어 납품 단가를 올리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특히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1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13일 1,169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우리나라의 환율 변동률은 0.38%로 브라질(0.88%)에 이어 주요국 중 두 번째로 컸다. 이달 들어 외국인투자가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주를 국내 증시에서 집중 매도한 것이 환율 상승을 압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단기간에 급등한 환율은 원자재 비용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들에 악재가 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일까지 높은 수출액에도 불구하고 수입액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무역수지는 46억 9,100만 달러(약 5조 4,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환율이 오르면 중장기적으로는 수출에 좋을 수 있지만 당장 원자재를 들여와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수입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입 원자재 중에서도 석유·석탄 제품(8.1%), 광산품(4.8%) 등 국내 제조업 기업들이 주로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올랐다.
환율 변동은 중장기 경영전략을 세우기 힘든 중소기업에 더 큰 충격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대기업과 달리 환율 급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납품 단가에 반영하기 힘들기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원자재 가격 변동 및 수급 불안정 실태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 상승을 납품 단가에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는 응답은 43%에 달했다. 일부 반영한다는 기업이 43.2%인 점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환율 상승으로 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환율은 판매 가격과 직결된다”며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불경기에 판매가를 크게 올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원자재·운임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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