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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 요건 충족 코인 거래소 ‘제로’… 줄폐업 눈앞

■금융당국 25개사 컨설팅 결과

4대 거래소조차 준비 상황 미흡

자금세탁방지·거래관리도 부족

660만 투자자 피해 등 혼란 우려

비트코인 가상 이미지/로이터연합뉴스




특정금융정보법상 신고 수리 기한을 한 달여 앞두고 금융 당국이 암호화폐거래소를 대상으로 실시한 컨설팅에서 신고 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한 사업자가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인력 및 시스템도 현저하게 부족했다. 국내 주요 4대 암호화폐거래소조차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에 대한 은행의 평가가 진행 중이라 특금법 신고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당장 암호화폐거래소의 줄폐업이 현실화됐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는 지난 6월 15일부터 한 달간 가상자산사업자 대상 현장 컨설팅을 실시한 결과 거래소들의 특금법 준비 상황이 전반적으로 미흡했다고 16일 밝혔다. 현장 컨설팅은 5월 정부가 발표한 ‘가상자산 거래 관리방안’에 따라 업계 현황을 파악하고 특금법 이행을 지원하기 위해 실시됐다.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했거나 심사 중인 가상자산거래업자 총 33개사 중 컨설팅을 신청한 25개사가 대상이다.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신고 수리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사업자는 4대 거래소를 포함해 단 한 곳도 없었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사업자는 △ISMS 인증 획득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사업자 대표에 대한 벌금 이상의 형이 끝난 지 5년 초과 △신고 말소 후 5년 초과 등을 충족해 오는 9월 24일까지 금융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하지 않은 사업자는 당장 원화 마켓이 중단된다.





컨설팅을 진행한 25개사 중 ISMS 인증을 획득한 곳은 20개사,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확보한 곳은 4개사에 그쳤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이미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을 발급받아 운영 중인 4대 암호화폐거래소 역시 제휴 은행의 평가가 진행 중이다. 이들 거래소는 은행으로부터 자금세탁 방지 내부 통제 등에 대한 평가에서 통과한 뒤에 신고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신고 수리 요건 외에도 거래소들이 자금세탁 방지와 관련한 준비가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점이다. 자금세탁 방지에 대한 준비 사항은 신고 수리의 직접적인 요건은 아니나 신고 수리 이후 자금세탁 방지를 의무화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평가된다. 컨설팅에서 대부분의 거래소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자체 내규는 있으나 이를 전담할 인력이 아예 없거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세탁 의심 거래를 추출하고 분석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보고할 시스템이 충분하지 않았고 위험도에 따라 거래를 차등 관리하는 체계도 부족했다.

암호화폐의 안정적인 거래 관리를 위한 내부 통제 수준도 미흡했다. 암호화폐의 취급·폐지 기준이 없거나 공개하지 않았고 시세조종, 미공개 정보 등을 적발하는 시스템도 부족했다. 주식시장과 달리 365일 24시간 거래되는 암호화폐의 특성을 고려한 운영 인력도 모자랐다.

금융 당국은 이 같은 미비점을 사업자에 전달해 신고 접수까지 보완하도록 촉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융 당국의 소극적인 조치로 거래소의 줄폐업이 가시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조차 원화 마켓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블록체인협단체연합회는 ISMS 인증을 받은 거래소만이라도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660만 명에 이르는 데도 주요 4대 거래소조차 계속 운영이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고 대혼란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정부는 투자자 주의만 촉구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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