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사업부의 분사 뒤 상장 추진 계획을 밝힌 SK이노베이션(096770)이 주주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신설 법인의 주식 배당’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오는 9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물적 분할과 함께 주식 배당을 허용하는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고 회사 측도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선택지 중 하나로 이를 고려하고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전일 대비 2.69% 상승한 24만 8,500원에 거래를 끝냈다. 최근 5거래일간 SK이노베이션은 3.33% 반등하면서 핵심 사업부 이탈에 따른 충격은 일단락된 모습이다. 이제 막 빛을 보기 시작한 배터리사업부를 떼어내 기업공개(IPO) 수순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에 SK이노베이션은 7월 1일부터 이달 5일까지 19.29% 폭락했다. ‘인적 분할’ 대신 최대주주의 지배력 훼손 위험 없이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물적 분할’을 택하면서 주주들의 불안이 커졌다. 물적 분할 시 기존 주주는 신생 배터리 법인의 주식을 받을 수 없고 SK이노베이션은 자회사를 관리하는 순수 지주회사가 돼 향후 지주사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정관 변경 계획 공시 이후 LG화학의 현금 배당 확대와는 다른 주주 환원책에 대한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다음 달 16일 SK이노베이션은 임시 주총을 열어 금전 이외 주식 및 기타 재산의 배당을 허용하는 정관 변경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제한된 현금 여력으로 상장사가 다양한 배당 방법을 명명해두는 추세기는 하지만 물적 분할 결정과 동시에 주식 배당의 길을 열면서 신생 배터리 회사의 주식 일부를 주주들에게 나눠 주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회사 측도 이에 대해 부정하지 않는 모습이다. SK이노베이션의 한 관계자는 “분사 자체도 주총에서 승인받지 못했다”면서도 “SK이노베이션은 자사주 10%,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SKIET) 지분 61%도 들고 있어 카드가 많다. 신설 배터리 회사의 주식 배당을 포함해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낙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있다. 배터리 산업을 담당하는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돈이 없어서 분할과 상장을 추진하는 마당에 과연 그 지분을 주주들에게 환원할지, 얼마나 나눠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있다”며 과도한 기대에 대한 자제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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