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 호실적을 거둔 국내 기업들이 하반기에는 높은 원자재 가격과 운임(물류비), 금리 인상 우려, 달러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 상승) 등 이른바 ‘4중 파고’에 휩싸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16일 산업계에 따르면 기업 규제와 반기업 정서 등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에서 4중 파고의 충격이 본격화할 경우 하반기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원자재 가격이다. 배터리 원재료인 리튬은 1㎏당 88.13위안으로 지난해 말(44.0위안)보다 2배 급등했고 니켈 가격은 이달 톤당 1만 9,244달러로 지난해 말(1만 6,807달러)보다 15% 올랐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리튬·코발트 등 원료는 배터리 가격의 40% 이상을 차지하는데 가격이 치솟아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일본의 경우 반값 배터리를 내놓겠다고 선언했는데 기술 경쟁력 없이는 반도체 1위 국가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높은 물류비는 내년 1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14주 연속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중장비를 생산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높은 가격을 제시해도 배를 구하지 못해 창고에 수출 물량이 쌓여 있다”며 “자금을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다 보니 유동성 위기에 몰리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이경호 인하대 교수는 “물류비 상승뿐 아니라 선적 자체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더 큰 문제”라며 “대기업은 어느 정도 대응이 되겠지만 중소기업은 재고가 쌓이고 수출 대금 결제가 늦어져 돈 가뭄에 시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기를 앞당길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한국은행까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해 기업들의 이자 부담도 증폭되고 있다. 기업 대출은 변동금리 비중이 70%에 달해 금리 인상에 더욱 취약하다. 1분기 말 기업 대출 규모는 1,402조 2,000억 원으로 금리가 1% 오르면 기업의 대출이자 부담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은 1,170원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29일(장중 1,171원 20전)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달러 부채를 대거 보유한 항공사나 원부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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