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034220)가 오는 2024년까지 3조 3,000억 원을 투자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성장세가 가파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그간 TV용 대형 OLED 위주로 쌓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형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전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13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결의했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2017년 대형 및 중소형 OLED 패널 생산 시설에 7조 8,000억원을 투자한 적이 있다. 이번 투자 계획은 단일 프로젝트에 들어간 금액 기준으로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경기도 파주 사업장에 6세대(1,500㎜×1,850㎜) 중소형 OLED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투자 안건”이라며 “기존 생산 라인 확장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파주 사업장에 월 6만 장 규모의 중소형 OLED 생산 능력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련 업계는 LG디스플레이의 이번 투자 계획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 중인 TV 전용 대형 OLED 라인에서 쌓은 노하우를 중소형 시장으로 확장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방책이라고 분석했다.
3조 원대의 대규모 투자로 LG디스플레이가 힘을 기르려는 중소형 OLED 시장은 모바일과 태블릿·전장용 디스플레이를 모두 아우른다. 그 가운데 시장의 핵심이라 할 모바일 분야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OLED 채택이 늘어나는 추세며 태블릿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수요가 눈에 띄게 늘었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옴디아는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출하량이 2021년 5억 6,000만 대 수준에서 2025년에는 7억 7,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 LG디스플레이의 시장 점유율은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비하면 미약하다. 삼성은 한때 이 시장의 90%까지 아우르다 최근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소폭 감소한 80%대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10% 초중반에 머물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반전’을 꾀할 수단으로 대규모 투자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또한 큰손 애플이 지난해 아이폰12 출시 때부터 LG디스플레이의 중소형 OLED를 채택한 것도 관련 생산 라인 투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애플은 기존의 액정표시장치(LCD)보다 얇고 가벼우면서도 화질이 우수한 OLED를 비싸도 꾸준히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애플은 올해 하반기 출시를 앞둔 아이폰 13에도 OLED 패널을 장착하고 전체 예상 출하량 1억 6,900만 대 가운데 30%에 해당하는 5,000만 대의 생산을 LG디스플레이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한 LG디스플레이가 투자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LG디스플레이가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양산 가능성과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는 대규모 투자는 집행하지 않겠다”고 밝힌 만큼 업계에서는 애플 등 고객사와 물밑 조율을 마친 투자 결정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중소형 OLED 시장의 또 다른 축인 전장용 플라스틱 OLED(P-OLED)도 LG디스플레이가 주목하는 분야다. 플라스틱 기판을 사용해 구부러지는 패널인 P-OLED는 아직 시장에서 존재감이 뚜렷하지 않지만 미래자동차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LG디스플레이가 전장 사업을 하는 그룹 계열사와의 협력을 통해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분야로도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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