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공급된 ‘신혼희망타운’ 28개 단지 중 8개 단지는 실거주 의무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경우 입주 당시 전세를 놓아 분양 대금을 충당할 수 있다. 최근 전세가가 치솟으면서 분양가를 뛰어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젊은 신혼부부를 위해 마련된 공공분양주택이 말 그대로 ‘로또’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8일 서울경제가 지난 2018년 이후 선보인 수도권 신혼희망타운 28곳(입주자 모집 공고 기준)에 대해 전수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다른 공공분양주택과 마찬가지로 입주자 모집 공고 당시 분양 가격이 시세보다 어느 정도 저렴하느냐에 따라 전매 제한과 실거주 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전매는 분양 계약 체결일, 실거주는 최초 입주일이 기준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28곳 중 28.6%에 달하는 8곳은 실거주 의무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거주 3년이 적용된 곳은 전체의 절반인 14곳이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8곳까지 더하면 전체의 78.6%(22곳)가 3년 이하의 실거주 의무만 갖고 있는 셈이다. 5년은 6곳으로 집계됐다. 전매 제한은 전 단지에 적용됐다. 가장 기간이 짧은 3년이 4곳으로 조사됐다.
현재 아파트 매매가 및 전세가는 쉼 없이 오르고 있다. 전매 제한은 모든 단지에서 최소 4년 이상 적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단지에서는 주변 전세 시세가 분양가를 넘어선 상태다. 실거주 의무가 없는 곳에서는 곧바로 전세를 줘도 분양가 대비 차익을 남길 수 있고 이 상태에서 몇 년만 더 기다리면 추가로 매매 차익까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첫 입주를 시작한 평택 고덕신혼희망타운(르플로랑)은 이날 기준 전월세 132건(전세 107건)이 올라온 상태다. 전체 분양 물량 596건 대비 22.1% 수준이다.
이 밖에 내년부터 입주가 예정된 화성 봉담2(A2), 양주 회천(A17), 평택 고덕(A3), 수원 당수(A3·A4), 의왕 고천(A2) 등 신혼희망타운 단지도 실거주 의무가 없다. 이 가운데 내년 10월 입주 예정인 화성 봉담2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전용 55㎡ 분양가는 최대 2억 5,000만 원 수준이다. 하지만 바로 옆인 ‘e편한세상신봉담’ 전용 59㎡의 최근 전세 실거래가는 3억 3,000만 원, 호가는 4억 원에 달한다. 평택 고덕 A3블록은 평균 3억 2,000만 원대에 분양했다. 주변 전세 호가는 최대 3억 3,000만 원까지 치솟은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입주를 포기하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 신혼희망타운 입주 예정자는 “원래는 당연히 입주를 생각했지만 차라리 세를 주고 주변의 더 큰 평형으로 들어가는 게 어떨까 고민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허점이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공공분양에 따른 개발이익을 개인이 갖는 게 아니라 공공이 환수해 또 다른 주거 복지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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