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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보다 무서운 자회사 상장..."언제까지 눈뜨고 코 베이나"

20대그룹 157개…6년새 20%↑

LG화학 등 분리 결정에 주가 뚝

해외선 드문 모자회사 중복상장

"쪼개기 아닌 유증이 합리적" 지적





대규모 기업집단의 비상장 계열사 상장이 잇따르며 상장 모회사의 주가가 타격을 입는 소동이 되풀이되고 있다. 선진 자본시장에서 중복 상장은 보기 드물지만 한국에서는 주주 간 이해관계 충돌 문제에 대한 의식이 부족해 개인 주주의 권리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결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2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157개로 지난 2015년 말(131개) 대비 20% 늘어났다. 투자형 지주사를 표방하는 SK그룹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SK바이오팜(326030)·SK바이오사이언스(302440)·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를 코스피에 입성시키며 그룹 내 상장사가 2015년 말 15개에서 20개로 확대됐다. 이달 초 카카오뱅크(323410) 상장을 매듭지은 카카오(035720)는 상장 계열사가 2개에서 4개로 늘어났고 카카오페이·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도 추진 중이다. 이외에 LG에너지솔루션·현대중공업·현대엔지니어링·일진하이솔루스·쓱닷컴 등도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역대급 공모주 시장이 열렸고 기업은 성장 기회를 잡았지만 이들 지분을 들고 있는 상장사의 주주들은 울상이다. LG화학(051910)SK이노베이션(096770)은 비로소 결실을 맺기 시작한 배터리사업부를 떼어내 상장시킨다는 소식에 주가가 융단폭격을 맞았고, 이달 유안타증권은 ‘잦은 개별 상장’ 문제를 지적하면서 카카오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내렸다.



자회사 상장 뒤에도 기업 가치에 변화는 없다며 모회사의 주가가 건재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이론상 ‘기업 가치’는 ‘주주 가치’와 동일한 것으로 간주되지만 여기에는 기업 가치가 누수 없이 주식까지 전달돼야 한다는 전제가 숨어 있다. 자회사가 상장되면 모회사 주식에는 ‘지주사 할인’이라는 구멍이 생기면서 주주 가치와 기업 가치의 괴리가 커지는 현상이 발생한다. ‘지주사 할인’은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되면 이론상 값어치 훨씬 아래에서 주가가 형성되는 것을 뜻한다. 실질 사업 능력에 비해 과대 계산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것으로 현실에서는 50% 이상 적용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당연하듯이 자행되는 쪼개기 상장이지만 이는 한국 특유의 현상에 가깝다. 선진 자본시장에는 ‘주주 간 이해관계가 상충할 수 있다’는 상식이 존재해 소액 주주의 권리 훼손 이슈에 예민하게 반응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민감도가 낮아 중복 상장이 아무렇지 않게 용인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주 간에 이권을 조율하는 등의 까다로움으로 영미권 자본시장에서는 그룹마다 한 곳만 상장돼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본에서는 영미권보다 모·자회사의 동시 상장 비율이 높다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껴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이상훈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물적 분할 뒤 상장은 소액주주의 부가 지배주주에게 이전되는 효과를 낳는다”며 “지배력을 확보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지배주주는 더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인정 받지만 그에 상응하는 만큼 일반 유통시장 속 소액주주의 주식 가치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결국 중복 상장이 아니라 모회사가 유상증자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주주 간 이해관계 상충에 대한 문제의식 부재, 공모 시장의 활황과 맞물려 비상장 계열사가 증시에 줄줄이 입성 중인데 이는 큰 문제다. 그룹사마다 한 곳만 상장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다”라며 “(지분율 희석 우려가 있어 회피하고 있지만) 개별 상장이 아닌 모회사가 직접 공모 증자로 투자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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