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얼어붙은 한일 관계를 방치하고 있는 사이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가 한국 기업에 강력한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사법부가 한일 기업들 간에 오가는 물품 대금 채권을 압류하기로 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또 다른 소송 우려가 커지는 것은 물론 일본과의 거래선 측면에서도 심각한 위협에 노출됐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하루빨리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쓰비시중공업이 국내 기업인 LS엠트론에 대해 가진 물품 대금 채권과 관련해 법원이 압류 및 추심명령을 내린 가운데 LS엠트론은 이날 법원에 진술서를 제출하고 미쓰비시중공업과의 실질적인 거래 관계를 소명했다. 이번에 법원의 결정으로 압류명령이 내려진 채권은 LS엠트론이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자회사인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스에 지급해야 할 8억 5,000만 원 상당이다.
LS엠트론은 감사 보고서에 기재된 미쓰비시중공업은 그룹 소속의 다른 법인인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스라는 점을 진술서에 밝혔다. 두 회사를 동일 회사로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 미쓰비시중공업엔진시스템스는 미쓰비시중공업의 손자회사로 지난 2006년 7월에 설립됐으며 트랙터 엔진 등을 생산·판매한다.
재계에서는 법원이 끝내 압류결정을 유지한다면 이미 최악인 한일 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은 물론 한국 기업들에 대한 일본의 보복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2019년 반도체 소재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으로부터 대금 미지급을 이유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고 거래선도 끊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현실적으로나 법리적으로 일본 기업에 직접 피해 배상액을 받아내기는 어렵다”면서 “정부가 끝없는 한일 갈등을 매듭짓기 위한 결단을 내리고 대위변제 등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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