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가 1조 3,216억 원을 투자해 수소연료전지 공장을 새로 짓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수소경제의 핵심인 연료전지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정 회장이 주도하는 현대차그룹의 수소 생태계 구축 속도 역시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수소연료전지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한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생산 시설은 인천 청라국제도시 IHP도시첨단산업단지와 울산 이화일반산업단지에 구축된다. 청라 공장에서 연료전지 스택을 생산하고 이를 울산 공장에서 연료전지 시스템으로 최종 제품화해 완성차에 공급하게 된다. 새 공장은 올 하반기 착공돼 오는 2023년부터 가동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의 이번 공장 설립은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중장기 전략인 ‘2025 전략’의 일환이다. 이 전략은 기존 스마트 모빌리티 디바이스,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 사업에 수소연료전지 기반 사업인 수소 솔루션 사업을 더해 3대 미래 먹거리를 제시한 것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수소 사업 분야에 2030년까지 약 7조 원을 투자하고 5만여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투자로 수소 관련 자동차 부품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생산 규모는 생산 시설이 구체적으로 결정되면 추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의 공급망을 구축하고 수소 생태계 확대에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가 현재 가동 중인 충주 연료전지 공장에 투자한 초기 금액이 700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투자 규모가 크게 늘어난 만큼 신규 공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이다.
이번 투자 결정은 현대차그룹의 수소차 생산에 든든한 우군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생산량은 지난 2019년 기준 4,000대에서 2025년 5만 대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를 스위스에 수출했는데 상용차를 중심으로 생산·판매량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공급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2025년을 변곡점으로 큰 폭의 볼륨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를 계기로 정 회장이 힘을 쏟는 현대차그룹의 수소 생태계 구축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들어가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기술을 바탕으로 전반적인 수소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는 지난해 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에이치투’를 론칭하고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했다. 정 회장이 앞서 수석부회장 시절 현대모비스 충주 공장 취임식에 참석해 “수소 산업 분야의 퍼스트무버(선도자)로서 미래 수소 사회를 선도해나가겠다”고 밝힌 계획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 회장의 지휘 아래 현대차그룹은 수소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수의 글로벌 기업과 협업도 진행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2019년 스위스 수소에너지 기업 H2 에너지와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출범해 2025년까지 1,600대의 대형 수소전기트럭을 공급하기로 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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