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한국 시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디트로이트전 5회 초. 바깥쪽 낮은 코스로 빨려 들어가는 류현진(34·토론토)의 체인지업에 우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는 헬멧까지 벗겨졌다. 헛스윙 삼진을 당하는 순간 배트와 공 사이 거리가 너무 멀어 균형을 잃을 정도였다.
류현진이 ‘명품 체인지업’을 앞세워 아메리칸 리그 다승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이날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치른 디트로이트전(3 대 0 승)에서 류현진은 7이닝 5피안타 1볼넷 5탈삼진의 무실점 호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평균자책점은 3.72에서 3.54로 낮아졌다.
앞선 2경기에서 10이닝 11실점으로 흔들린 뒤 제 모습을 찾은 류현진은 시즌 12승 6패를 기록하면서 크리스 배싯(12승 4패·오클랜드), 게릿 콜(12승 6패·뉴욕 양키스)과 함께 리그 다승 공동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배싯은 얼굴에 타구를 맞고 수술을 앞두고 있어 MLB 최고 몸값 투수(연봉 3,600만 달러)인 콜과 다승왕 경쟁이 흥미롭게 됐다. 류현진의 올해 연봉은 2,000만 달러다. 콜은 이날 미네소타전 6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양키스의 7 대 1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은 1회 초 선두 타자 데릭 힐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하지만 요나탄 스호프에게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 삼진을 잡아낸 뒤 병살타 유도로 불을 껐다. 4회 1사 1루에서는 4번 타자 미겔 카브레라를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유인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결정구는 역시 체인지업이었다.
류현진은 이날 11개의 땅볼 중 6개를 체인지업으로 만들어냈다. 병살타를 3개나 잡았는데 각각 컷 패스트볼(커터), 체인지업, 포심 패스트볼을 던져 엮은 것이다. 105개의 투구 중 포심 패스트볼이 40개(38%), 체인지업은 29개(28%), 커터는 22개(21%)였다.
토론토는 에이스 류현진의 호투를 앞세워 3연패를 끊고 포스트시즌 진출의 불씨를 살렸다. 시즌 64승 57패로 동부 지구 3위 보스턴을 4경기 차로 추격하고 있다. 류현진은 “모든 구종이 잘 통했고 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제구, 특히 체인지업이 굉장히 만족하게 들어가면서 범타와 삼진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가을 야구를) 포기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MLB닷컴은 "류현진은 언제나 토론토 선발진의 기둥이었다"며 "(8월 평균자책점 1.67로) 압도적인 로비 레이, 트레이드 마감일을 앞두고 영입한 호세 베리오스까지, 토론토는 플레이오프에서 자신감을 가질 만한 1∼3선발을 갑자기 보유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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