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환매 중단과 관련한 하나은행 제재심의위원회가 이르면 다음 달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이달 말 속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으나 지난 20일 예정됐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 관련 행정소송 선고가 오는 27일로 연기된 영향으로 보인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9월 초 하나은행 종합 검사 결과 조치안에 관한 제재심을 연다. 올 7월 15일 이후 두 번째 제재심이다. 라임자산운용·디스커버리·헤리티지·헬스케어 펀드 등 하나은행이 판매해 불완전 판매 논란이 일어난 사례들이 모두 안건에 오른다.
금감원은 불완전 판매 책임을 물어 하나은행에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당시 은행장이었던 지성규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에게는 ‘문책경고’를 사전 통보했다.
당초 금감원은 이달 26일 제재심 본회의를 재개하고 하나은행의 제재심을 다룰 것으로 예상됐다. 이달 20일로 예정됐던 손 회장 1심 선고 공판이 27일로 연기되면서 하나은행 제재심도 미뤄지게 됐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두 사건의 핵심은 모두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을 근거로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하나은행 제재심은 손 회장 선고와 무관하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일정상 가능한 기관부터 먼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신상품 개발 및 판매 과정 등에서 실효성 있는 내부 통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을 근거로 내부 통제를 부실하게 한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손 회장 측은 지배구조법을 금융 사고에 따른 경영진 제재 근거로 삼을 수 없는 데다 CEO가 DLF 상품 판매 관련 의사 결정에 개입하지 않았던 만큼 징계가 부당하다고 맞서고 있다.
하나은행 제재심에서도 금융사 지배구조법이 금감원이 판단한 경영진 제재 근거다. 하나은행 역시 법 조항이 금융 사고가 터졌을 때 경영진에 제재를 가할 수 있는 직접적인 근거는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나은행 2차 제재심은 취임 일성으로 지원과 소통을 강조한 정은보 신임 금감원장 체제에서 처음 열리는 제재심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정 원장은 취임 후 “금융 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며 시장 친화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전임인 윤석헌 원장이 소비자 보호를 앞세워 금융사 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내세운 것과 다른 분위기가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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