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배정된 노후변압기 교체 예산 중 3분의 2 가량을 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변압기 교체 관련 비용의 최대 80%를 지원하지만, 변압기 교체시 재건축 허가가 지연될 수 있다는 일부 아파트 단지의 우려 및 교체비용 분담 이슈 등이 맞물려 변압기 교체 사업이 지지부진한 실정이다.
23일 윤영석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노후 변압기 교체를 위해 배정받은 예산 47억5,200만원 중 15억9,000만원만 집행했다. 예산 집행률은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노후 변압기 교체가 제 때 이뤄지지 못하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린 올 해도 정전 사태는 크게 늘었다. 한전에 따르면, 노후변압기 고장 등을 이유로 지난 7월 한 달간 발생한 아파트 정전 사례는 전년(22건) 대비 8배 가량 늘어난 199건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노후 변압기 교체 예산을 상당 부분 쓰지 못한 이유는 아파트 단지의 변압기 교체 신청이 줄어든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200건의 노후변압기 교체 신청 민원을 접수했으며, 이 중 88건을 교체 대상으로 선정해 80곳의 변압기 교체를 완료했다. 지난 2019년 노후변압기 교체 선정 대상 단지가 309건이었음을 고려할 때 최근 1년 사이 변압기 교체 신청 및 교체 완료 건수가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정부와 한전 측은 앞으로도 노후 변압기를 제 때 교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노후 아파트 단지들이 변압기 교체에 소극적인 데 재건축 이슈 및 관련 비용 분담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실제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변압기 교체 등으로 아파트 시설 및 설비가 개선될 경우 재건축 허가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장기수선충당금 등을 통해 노후 변압기 교체 비용을 마련해야 하는데, 세입자 비율이 높은 노후 아파트 특성 상 이에 대한 동의를 끌어내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또 일부 노후 아파트 단지는 정전 발생 시 해당 아파트에서 가입한 보험사가 변압기 교체 비용 등을 전액 지원하고 있어 먼저 변압기를 바꾸지 않는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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