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원양 컨테이너사인 HMM(011200)의 해원노조(해상노조)가 90%가 넘는 압도적 지지로 파업을 결의했다. 전체 해원노조 조합원의 단체 사직서 제출, 경쟁사인 MSC로의 이직 계획까지 내놨다. 우리나라 수출기업의 물류대란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23일 HMM 해원노조는 지난 22일부터 이날 정오까지 조합원 453명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투표율 95.8%(434명)에 찬성 92.2%(400명)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해원노조는 파업 가결에 따라 25일 단체 사직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행 선원법 상 선원은 선박이 항해 중이거나 외국에 있을 경우, 또 선박에 위험을 미칠 가능성이 있을 경우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해원노조는 당장 파업에 돌입하는 데 제한이 따르는 만큼 사직서 제출로 파업에 준하는 집단 행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HMM 해원노조의 파업은 부산항에 HMM 선박이 입항하면서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재 HMM은 선박 운항 인력이 부족해 부산항 하역 후에 곧장 새로 출항하는 선박에 선원을 태우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해원 노조원들이 하선 후 승선을 거부할 경우 선박 운항이 불가능하다. 이 기간 동안 선박 하역 및 적재 작업도 전면 중단된다. 해원노조는 코로나 유전자 증폭(PCR) 검사 증서를 제시하기 전까지 하역·작업인부의 승선을 거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선원의 승선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다. HMM이 운영하는 선박은 총 100여척으로 매주 4~5척이 부산항을 들린다. HMM 노사 간 파업이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전체 선박 운항이 중단될 수밖에 없다.
전정근 해상노조 위원장은 “월 313시간의 살인적인 노동 강도에도 아파도 병원조차 갈 수 없고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죽음밖에 없는 곳이 선박이다”며 “이번 HMM 선원들의 호소에 귀 기울여 대한민국 선원들이 코로나 최전선에서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었는지 꼭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업과 관련해 해원노조는 육상노조와 공동 전선을 펼칠 계획이다. 해원노조에 앞서 쟁의권을 확보한 사무직 중심의 육상노조는 25~26일 경 조합원들에게 파업 찬반을 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노조는 HMM과 추가 협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전 위원장은 “HMM이 전향적인 제시안을 들고 온다면 재협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HMM의 임시선박 투입으로 간신히 최악의 상황을 막아냈던 중소 수출기업의 물류대란이 현실화해서다. 해양수산부는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수출입물류 차질에 대응할 방침이다. 해수부는 해운물류국장을 반장으로 하는 수출입물류 비상대책 TF를 통해 수출입물류 필수업무를 유지하고, 유사시 수송지원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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