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 정책인 ‘공공기획’을 적용한 첫 번째 재건축 사업장은 서울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비 사업 추진 절차 및 기간을 대폭 단축하는 공공기획 재건축 1호 사업장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오세훈표 ‘스피드 주택 공급’이 본격적으로 속도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다만 공공기획에 대한 낮은 인지도 및 과도한 공공기여에 대한 거부감 등은 해결할 숙제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송파구 오금현대아파트가 서울시의 공공기획을 반영한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가 통과되면 오금현대아파트가 공공기획을 통한 신규 재건축 구역으로 지정되는 첫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송파구청은 '서울시 공공기획(안)을 반영한 오금현대아파트 재건축 정비계획 추가 주민공람’을 공고하고 주민 의견을 접수하고 있다.
공공기획은 정비계획 수립 초기 단계에서부터 서울시가 개입해 정비구역 지정 절차와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비계획 수립부터 동 배치, 임대 비율 결정 등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시가 개입해 건축 심의까지 일관된 논의가 가능해진다. 보통 정비구역 지정까지 5년 정도 걸리는데 공공기획을 도입하면 이를 2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의 설명이다.
재건축 연한인 30년을 훌쩍 넘긴 오금현대아파트는 1,316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지난 2016년 정밀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아 재건축이 확정됐지만 2019년 정비구역 지정 보류 통보를 받았고 2020년 3월에는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 및 계획이 보류돼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었다. 단지 인근 공인 관계자는 “재건축이 늦어졌던 단지인 만큼 많은 주민들이 공공기획을 통한 재건축에 긍정적인 분위기”라면서도 “다만 공공기획의 첫 사례라 사업의 불확실성 등을 우려해 반대하는 주민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공람공고된 정비계획안에는 당초 14.4%였던 임대 비율이 21%로 높아졌고 공공에 개방되는 커뮤니티 시설을 설치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주민들이 “공공기여 규모가 과도하다”며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안은 부지 전체(11만 232.2㎡)가 제3종 일반주거지역이었으나 서울시가 이 중 12%인 1만 3,264.3㎡를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고 용적률을 499% 적용한 대신 기부채납 규모를 확대했다. 송파구청의 한 관계자도 “공람공고가 난 지 며칠 되지 않은 만큼 주민 의견을 더 들어봐야 하겠지만 이미 공공기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공공기획 매뉴얼화를 위한 용역을 검토하는 등 정비 사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공공기획의 유형과 절차 등을 체계화해 공공기획의 효율적 적용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최근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이 건축 심의를 잇달아 통과한 것도 재건축 시장에 긍정적 신호로 해석된다. 그동안 서울시 건축 심의를 넘지 못했던 잠실 미성·크로바와 방배 신동아 등 강남권 재건축 단지가 잇달아 심의를 통과한 것이다. 잠실주공5단지도 3년 만에 교육환경영향평가 문턱을 넘은 바 있다. 서울시는 압구정·여의도 일대 재건축 단지와 잠실주공5단지, 대치 은마 등 18개 재건축 단지 관계자와의 간담회도 꾸준히 진행하며 재건축 정상화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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