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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인국공처럼 해달라?'...현대제철 협력사 노조, 당진공장 불법 점거

당진공장 사무동 기습 점거

점거 과정서 11명 부상

'불공정 표상' 인국공 사태 민간으로 확산 우려

현대제철 직원들 "이게 불공정" 부글부글


민주노총 산하 전국 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23일 오후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사무동을 기습 점거했다. 현대제철은 협력사 직원들을 자회사에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지만 이들은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며 당진공장 사무동을 점거했다.

문재인 정부가 야기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외치며 야기한 ‘인국공 사태’가 민간으로 확산되면서 오히려 ‘불공정’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00명은 전날 오후 5시 30분께부터 생산부서 사무실인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한 뒤 근무 중인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고 올해 임금협상에 협력업체가 아닌 현대제철(원청)이 직접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조합원은 현대제철 당진공장 협력사 직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당진공장의 5층짜리 사무동 가운데 4층의 생산통제센터를 제외한 모든 건물을 점거했다. 이로 인해 재무, 물류, 안전, 환경 분야에 종사하는 사무직 근로자들은 사무실에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 4층 생산통제센터는 사무직과 생산직이 함께 근무하는 곳으로 본사 노조원을 의식해 점거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철강 생산공장은 운영에 차질이 없지만 사무동 점거로 물류, 안전 등의 업무는 마비상태”라고 말했다.

노조원의 통제센터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당진제철소 보안업체 직원 9명과 당진제철소 직원 1명 등 총 11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현대제철은 비정규직지회가 통제센터를 점검하자 경찰에 시설물 보호를 요청한 상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협력사 직원은 5,300여명이며 이 가운데 2,800명은 다음달부터 자회사 직원에 편입된다. 하지만 남은 2,500명은 자회사 채용을 거부하고 본사 직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금속노조와 함께 오는 25일 당진 공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현대제철은 사내하청 비정규직 근로자 7,000여명을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으로 채용키로 했다. 울산과 인천 공장 협력사 직원들은 자회사 채용에 합의한 상태지만 당진 공장 협력사 직원 2,500명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 본사 직원으로 채용해 동등한 대우를 해달라는게 이들의 요구다.



재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사계가 지난해 사회적 논란을 낳았던 인국공 사태가 민간기업으로 확산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인국공 사태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중 일부를 직접 고용하겠다고 발표하자 본사 직원과 취업준비생들이 대거 반발하는 등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사건이다.

현대제철 직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대제철의 한 직원은 “본사 직원들은 치열한 채용경쟁을 뚫고 입사했는데 협력사 직원들은 사측의 호의를 이용해 갑자기 본사 직원으로 채용해달라고 한다”며 “본사 직원이나 취업준비생이 보기에는 이게 바로 불공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위아도 사내 하청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현대위아에서 사내 하청 형태로 근무하던 비정규직 근로자 A씨 등 6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고용의사표시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원이 원고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현대위아는 최악의 경우 전국 사업장에 있는 2,00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들까지 직접 고용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는 현재 현대위아의 정규직 생산직 근로자 1000여명의 2배 수준이다.

전국 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3일 오후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금속노동조합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가 지난 23일 오후 현대제철 충남 당진제철소 내 통제센터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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