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인수를 1년여 만에 승인해 KT그룹이 유료 방송 시장의 최강자로 자리를 굳히게 됐다. 다만 공정위는 현대HCN 인수와 관련해 2024년까지 수신료 인상률을 제한하는 한편 채널 공급 수도 줄이지 못하게 조건을 달았다.
공정위는 24일 KT스카이라이프의 현대HCN 주식 취득 건을 심의한 결과 해당 결합을 조건부로 승인한다고 밝혔다. 앞서 KT스카이라이프는 지난해 7월 현대백화점그룹의 현대HCN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디지털 유료 방송과 8VSB(별도 셋톱박스 없이 아날로그 방송을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해주는 주파수) 전송 방식 유료 방송, 초고속 인터넷, 홈쇼핑 등 총 10개 시장에서 기업결합이 발생한다”며 “이 중 디지털 유료 방송과 8VSB 방송 시장에서 경쟁 제한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두 기업의 결합으로 서울 관악구·동작구, 부산 동래구·연제구 등 8개 방송 구역 디지털 유료 방송 시장의 점유율이 최대 73.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두 사업자의 결합으로 가격 인상 유인이 커진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8VSB 유료 방송 시장에서도 경쟁 제한이 생길 것으로 우려했다. 현대HCN이 8VSB 유료 방송 시장에서 점유율 100%인 독점사업자였고 KT와 KT스카이라이프는 8VSB 유료 방송 시장의 가격 인상 등을 억제하던 잠재적 경쟁자였는데 양 사 간 결합으로 경쟁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에 8개 방송 구역의 디지털 유료 방송 시장 및 8VSB 시장에서 경쟁 제한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케이블TV 수신료를 물가 상승률보다 높게 올리지는 못하게 했다. 또 전체 채널 수와 소비자 선호 채널을 임의로 줄이거나 신규·전환 가입 시 불이익 조건을 내거는 것도 제한했다. 시정 조치 기한은 2024년까지며 기업결합이 완료된 날로부터 1년 후에는 시정 조치 변경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KT그룹은 인터넷TV와 위성방송에 이어 지역케이블방송(SO) 사업자까지 품으면서 유료 방송 시장점유율이 35%(2020년 하반기 기준)까지 상승해 업계 1위 자리를 강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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