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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休]수억년 세월이 빚은 기암절벽…태고의 신비 오롯이

■'여름의 성지' 태백

기암절벽 아래 높이 20~30m 동굴 눈길

매봉산 '바람의 언덕' 100만평 배추밭

한여름이면 초록으로 뒤덮여 절경 뽐내

한강 발원지 검룡소 2,000톤 물 샘솟아

매봉산 위에 펼쳐진 40만 평의 배추밭은 8월이면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초록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룬다.




여름이면 항상 그리워지는 곳이 있다. 태백이다. 태백으로 마음이 향하는 것은 그곳에는 더위가 없기 때문이다. 오뉴월 삼복더위에도 태백의 매봉산 바람의 언덕을 생각하면 등골까지 서늘해진다.

지긋지긋한 올여름 더위를 피해볼 요량으로 태백으로 떠났다. 서울을 출발한 지 3시간, 태백에 진입하자 비는 오락가락했지만 구름 사이로 드문드문 파란 하늘이 보였다.

황지연못은 태백 시내에 있는데 한때는 태백을 대신하는 이곳의 지명이기도 해 지금도 인근의 기차역을 황지역이라고 부르고 있다. 사진은 황지 3곳의 연못 중 아래에 있는 하지.


황지연못은 태백 시내에 있는데 한때는 태백을 대신하는 이곳의 지명이기도 해 지금도 인근 기차역을 황지역이라고 부른다. 구미정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는 “누를 황(黃)자에 물 수(水)를 붙이면 웅덩이 황(潢)자가 된다. 이 못은 하늘 웅덩이라는 뜻”이라며 “태백산은 하늘의 산으로 그에 상응하는 웅덩이가 황지이며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설명했다. 황지는 상지와 중지·하지로 나뉘는데 13도 내외의 물이 매일 5,000톤씩 솟아 나와 낙동강으로 흐른다.

구문소 동굴의 높이는 20~30m, 넓이 30m로 제법 큰 터널만 한데 지질학자들은 약 1억 5,000만 년에서 3억 년 전 사이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황지를 따라 내려가면 고생대의 보고(寶庫)인 구문소를 만날 수 있다. 구문소는 구멍이 있는 소(沼)라는 의미의 ‘구멍소’로 불리다 점차 구문소라는 이름으로 굳어진 못으로 이 일대에서는 4억 7,000만 년 전 바다였을 무렵 살던 조개 등의 화석이 발견되고 있다. 구문소는 골산(骨山) 아래 아치 모양의 동굴을 지나 물이 흐르는 모습인데 예전에는 물줄기가 산을 휘돌아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황지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오랜 세월 앞길을 가로막은 석회암에 부딪히면서 마침내 구멍을 뚫었고 이제는 황지에서 발원한 물이 그 아래를 지나 낙동강으로 향하고 있다.

황지물이 잠시 휘돌아 흐르는 구문소 동굴의 높이는 20~30m, 넓이 30m로 제법 큰 터널만 하다. 지질학자들은 약 1억 5,000만 년에서 3억 년 전 사이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된 구문소 일대에는 마당소·자개문·용소·삼형제폭포·여울목·통소·닭벼슬바위·용천 등으로 불리는 구문팔경이 있다.



매봉산 ‘바람의 언덕’은 처음 찾아갔던 지난 2010년만 해도 외지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농촌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태백 외곽 고지대에 있는 배추밭이어서 태백시민들의 발걸음조차 뜸한 곳이었다.

산 위에 펼쳐진 40만 평의 배추밭은 8월이면 카펫을 깔아놓은 것처럼 초록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뤘는데 세월이 흐르며 경작 면적은 100만 평으로 늘었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늘어 태백시가 배추밭을 구경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일대가 원래 배추밭이었던 것은 아니다. 1960~1970년대 공비 출몰이 잦을 무렵 정부는 강원도 산악 지대 일원에 거주하는 화전민을 소개한 후 매봉산 자락으로 불러모아 이 땅을 경작해 살도록 했다. 하지만 돌밭에 나무가 우거진 고산지대에서는 열심히 경작해도 살아남는 게 없었다. 그러던 중 이 지역에서 사목을 하던 외국인 대천덕(한국명) 신부가 배추 경작에 성공했고 화전민들의 경작권 시한이 길어지면서 이제는 사유지로 변모했다.

구 해설사는 “배추 농가들은 대량 생산을 하는 기업농으로 한 해 농사에 수십억 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며 “100만 평의 경지에 10여 곳의 농가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이곳은 기후가 일정해 타지역 작황이 안 좋아도 안정적인 산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람의 언덕으로 올라가는 중간에는 삼수령이라는 팻말이 있는데 차를 대고 100여m 정도 걸어 들어가면 돌로 쌓은 작은 탑과 조형물이 있다. 이곳이 바로 매봉산에 비가 내리면 물줄기가 셋으로 갈라져 한줄기는 한강으로, 또 한줄기는 낙동강으로 마지막 줄기는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으로 흘러든다는 삼수령이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숙연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그저 작은 연못인데 하루 2,000톤의 물이 용출해 아래에는 폭포가 힘차게 쏟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태백에서 꼭 들러봐야 할 곳은 검룡소다. 검룡소는 인공위성으로 관측한 한강의 발원지로 약 4억 5,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기반암석 위로 물이 솟아나는 작은 연못이다. 소 아래는 물이 흐르면서 만들어낸 길이 20m가량의 폭포가 있고 일대의 바위와 돌은 이끼로 덮여 있다. 폭포 주위의 경관이 빼어나 국가지정 명승 제73호로 지정됐는데 폭포 상류에는 아무런 유입 흔적도 없이 오로지 바닥에서 물이 솟아나고 있다. 관측한 바에 따르면 하루에 약 2,000톤의 물이 솟아나 한강의 발원지 구실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강의 발원지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숙연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글·사진(태백)=우현석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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