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보툴리눔톡신(일명 보톡스) 1위 기업인 휴젤(145020)이 GS(078930)그룹 컨소시엄에 팔렸지만 인수합병(M&A) 절차를 끝내기 위해서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승인 문턱을 넘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톡스 생산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데다 GS그룹은 전략적투자자(SI)로 참여했을 뿐 인수 주체는 해외 투자자들인 탓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휴젤 최대주주인 LIDAC는 중국계 투자회사 CBC그룹(C-브리지캐피털), GS, IMM인베스트먼트, 중동 무바달라 컨소시엄과 주식 양수도 계약을 지난 25일 체결했다.
LIDAC는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SPC)다. 매각 대상은 휴젤 보유 주식 535만 5,651주와 80만 1,281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사채(CB)다. 지분 약 46.9%에 대한 매각 가격은 약 14억 7,800만 달러(1조 7,239억 원)로 확정됐다.
GS는 SI로 참여했으며 자금 조달 구조 등은 다소 복잡하다. GS와 휴젤 측이 공개한 경영권 인수 구조를 종합하면 CBC 측과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국내 SI GS와 재무적투자자(FI) IMM인베스트먼트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하다.
먼저 GS와 IMM인베스트먼트는 해외 SPC를 설립해 각각 1억 5,000만 달러(약 1,700억 원)를 출자한다. 이렇게 모아진 총 3억 달러(약 3,400억 원)는 CBC가 7월 케이맨제도에 설립한 SPC(아프로디테SPC)에 들어간다. 아프로디테SPC에서 GS와 IMM인베의 지분율은 총 27.3%다. 나머지 72.7%는 CBC 측의 몫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투자 구조상 휴젤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CBC라는 해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아프로디테SPC를 관리하는 GP(운용역) 업무도 CBC가 담당한다. GS 역시 출자 금액이 총 인수 금액의 10% 수준인 점을 고려해 이날 공시를 통해 컨소시엄 참여를 통한 ‘소수 지분 투자’라고 밝혔다.
GS가 휴젤의 경영권을 추후 확보할 수 있는 콜옵션을 확보했는지 여부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약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GS는 이사회 멤버로 참여하고 휴젤의 경영은 컨소시엄을 중심으로 이뤄진다”고 밝혔다. 사실상 국내 보톡스 업체의 첫 중국계 매각 사례가 된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산업부의 승인도 필요하다. 산업부는 보툴리눔 독소를 생산하는 균주를 포함한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한 바 있다. 국가핵심기술이란 해외로 유출될 경우에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로 관련 기업이 해외에 M&A될 경우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한다. GS는 이에 대해 “국내 보톡스 시장 1위에 머물던 휴젤을 중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에서 확대할 수 있는 컨소시엄 조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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