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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재확산 리스크에도 한은이 금리 올린 4가지 이유

①견실한 경기 회복 흐름

②물가 상승 압력 확대

③금융불균형 위험 누적

④美 테이퍼링 선제대응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직전까지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상과 동결 전망이 팽팽히 맞섰다. 동결을 예상한 전문가들은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공식화했어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하루 2,000명 가까이 나오는 상황에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한은 금통위원들은 신규 확진자 수보다는 가계대출 증가 규모와 집값 오름세에 주목했다. 코로나19 4차 유행으로 인한 경제 타격도 우려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다. 물가 오름세는 가팔라졌고 미국에서는 긴축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심지어 청와대와 정부마저 내심 기준금리 인상을 바라는 눈치를 보이자 한은은 주저하지 않고 기준금리를 올렸다.



26일 이주열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 방향 결정 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이번 기준금리 인상 배경에 대해 “견실한 경기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정되는 점, 완화적 금융 여건 아래 금융 불균형 위험이 계속 누적되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이 총재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작 가능성도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리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단연 비정상적인 집값 상승세와 무섭게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 금융 불균형 위험이 꼽힌다.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사상 처음 11억 원을 돌파했고 6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806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초저금리가 오랫동안 이어지는 과정에서 차입으로 인한 과도한 수익 추구 행위, 이른바 ‘빚투(빚내서 투자)’ 열풍이 계속됐고 금융 불균형 위험은 점점 커졌다. 7월 국회에 출석한 이 총재가 금융 불균형에 대한 대응이 늦을수록 더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다는 위기감을 드러낸 만큼 오는 10월 금통위까지 두 달이나 지켜볼 여유는 없었던 셈이다.



여기에 최근 4차 확산을 겪으면서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만 못하다는 점도 확인했다. 대면 서비스 관련 카드 지출액이나 인구 이동량 등을 봤을 때 1~3차 확산 때보다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상당히 줄었다는 것이다. 사회적 거리 두기 상향에도 온라인 거래 증가로 7월 신용카드 승인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7% 늘었다. 이 총재도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은 우리 경제의 기조적 회복세를 저해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0%로 유지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줄곧 내놓았던 낙관·비관 등 시나리오별 전망을 중단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히 큰 상황이지만 성장률을 가늠하지 못할 정도로 큰 변수는 아니게 된 것이다. 앞으로는 코로나19 확산보다 정부의 방역 대책이나 백신 접종률이 중요해졌다는 판단이다. 한은은 방역 당국이 ‘위드 코로나’ 등을 추진해 경제활동 제한이 풀리게 되면 올해 성장률이 4.0%보다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높아진 물가 상승률도 기준금리 인상의 부담을 덜어줬다. 최근 4~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대 중반으로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를 크게 웃돌고 있다. 실제 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대인플레이션마저 2%를 훌쩍 넘는 수준으로 올랐다. 한은은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물가 안정 효과까지 노릴 수 있는 셈이다.

마침 미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이 거론되고 있는 만큼 선제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유지해 자본 유출 리스크를 줄일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근 미국이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소식이 들리면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확대돼 주가가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르는 등 불안이 나타난 바 있다. 결국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아시아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나라가 됐다. 반면 뉴질랜드는 18일 금리 인상 전망을 뒤엎고 동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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