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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금융가
[발칙한 금융] 금리 인상에 차주도, 대출 수요자도 '난감'

은행권, 여·수신 금리 인상 작업 들어가

대출 조이기도 계속… 하나은행 신용대출한도 제한

2030·자영업자 등 상환능력 이상 대출

대출 금리 1%포인트 상승 땐 연체 급증

서울 시내 은행 창구/연합뉴스




#직장인 A씨는 생애 첫 아파트 구입을 앞두고 설렘보다 걱정이 크다. A씨는 오는 11월 아파트 잔금을 치름에 따라 그 즈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은행에서 주담대 신규 대출을 중단한 데 이어 금리까지 인상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걱정이 커졌다. 예정대로 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수 있을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이자 부담이 얼마나 커질지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원래 갖고 있던 마이너스통장도 금리가 오른다고 최근 통보받았다”며 “대출 때문에 걱정이 많다”고 했다.

기준금리가 15개월 만에 0.25%포인트 인상되면서 은행권의 대출금리도 4% 중반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금리가 이미 4%(최고 금리 기준)를 넘은 가운데 금융기관의 대출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자 부담 가중에 금융 당국의 대출 조이기에 따른 대출 절벽까지 더해지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이나 ‘빚투족(빚 내서 투자)’의 이중고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를 틈타 상환 능력을 초과해 빚을 냈던 2030세대·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부실 가능성이 리스크 요인으로 손꼽히는 가운데 급증해온 가계대출이 진정세로 돌아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은 일찍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각종 대출 상품의 금리를 올려왔다. 지난 2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신규 취급액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62~4.198%로 집계됐다. 전달보다 최저·최고 모두 0.1%포인트가량 오른 수준이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올해 1월 2.44~3.99%에서 2월에 소폭 하락한 뒤 지속적으로 오르는 추세였다. 일찍이 한국은행에서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며 은행들이 대출금리에 미리 반영해왔다. 일부 은행에서는 지난 6~7월부터 주담대 금리가 최고 4%를 넘어서기도 했다. KB국민은행이 7월 말 2.5~ 4.0%, 하나은행이 6월 말 2.747~4.071%를 기록했다.

주담대뿐만 아니라 신용대출 금리(1등급 1년) 또한 이달 19일 기준 2.96~4.01%로 상한선이 4%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마이너스통장 금리 역시 4%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달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카카오·케이뱅크 등이 취급한 마통의 평균 금리는 연 3.26~3.79%다. 불과 한 달 전 신한은행에서 2.92%에 마통을 취급한 것에 비하면 한 달 만에 2%대 마통이 실종된 셈이다.

은행권은 기준금리 인상분을 대출금리에 반영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일부 은행은 예금 상품부터 금리를 올리는 방안을 내부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채 등 시장금리에 기준금리 인상을 선반영하고 있어 당장 금리를 올리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대개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코픽스가 미세 조정돼온 만큼 일러도 오는 10월에 발표하는 코픽스가 얼마나 오를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관건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예금은행 신규 가계대출 중 변동 금리 비중이 81.5%에 달했다. 2014년 1월(85.5%)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고로 높은 수준이다. 대출 잔액 기준으로도 변동 금리 대출 비중은 72.5%나 된다. 카드 사용액(판매신용)을 뺀 가계대출 잔액(1,705조 원)과 변동 금리 비중을 고려하면 이번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은 3조 1,000억 원 더 늘어난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올 10월쯤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권에서는 특히 빚투·영끌 열풍의 주역인 2030세대와 중소기업·자영업자 등의 이자 부담에 주목하고 있다. 레버리지 투자 열풍에 코로나19로 인한 특수성 등에 따라 상환 능력을 초과해 대출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 대출 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 유예 등을 위해 지원된 규모만 총 204조 4,000억 원에 이른다. 한은이 연내 추가 기준금리 상승을 내비친 만큼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계대출 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경우 은행권의 가계대출 연체액이 급증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 급증이 진정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는 “일정 수준의 금리 상승은 과도한 신용 팽창을 억제하는 기능을 수행해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권에서 금리 인상과 별도로 금융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에 따라 각종 대출 취급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가계대출 관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H농협은행에 이어 하나은행도 신용 대출의 한도를 연 소득 이내로 축소하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27일까지 시중은행에 신용 대출 상품별 최대 한도와 향후 대출 한도 조정 계획을 작성해 제출하라고 한 만큼 다른 은행들도 속속 한도 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기존 차주에게는 이자 부담이, 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에게는 대출 제한이 문제일 것”이라며 “금리 변동성이 당분간 계속되는 만큼 금리 변동 주기가 긴 신용 대출 상품을 고르거나 혼합형 주담대로 갈아타는 것을 추천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0.25%포인트로는 가계대출 급증을 잡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찍이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됐던 만큼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워낙 초저금리였기 때문에 0.25%포인트 올라도 저금리”라며 “취약 차주 역시 정부의 각종 대출지원책, 서민금융상품 등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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