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메리츠금융지주(138040)·화재·증권 등 ‘메리츠 3총사’의 주가가 질주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와 메리츠화재(000060)가 나란히 역사적 신고가를 경신했고 메리츠증권(008560)은 최근 1년 새 가장 높이 치솟았다. 전통적인 배당주로 꼽히는 메리츠그룹주는 지난 5월 배당 성향을 최대 50%포인트 축소한다는 발표에 궁지에 내몰리는 듯했지만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이라는 다른 각도의 공격적인 주주 환원책을 내놓으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메리츠화재는 전일 대비 9.98% 급등한 2만 9,2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중 메리츠화재는 2만 9,300원까지 치솟으면서 상장 후 최고가를 갈아 치웠다. 이날 메리츠금융지주도 6.96% 오른 3만 750원에 거래를 마쳤고 마찬가지로 장중 역대 최고가(3만 850원)를 경신했다. 이날 2.80% 반등 마감한 메리츠증권은 52주 신고가(5,530원)를 새로 썼다. 이날 3사의 합계 시가총액은 11조 4,000억 원 규모로 지난해 말보다 5조 8,000억 원(105%)이나 급증했다.
지난 2분기 메리츠금융 3사는 자본 정책의 변화를 발표하면서 자진해 시험대 위에 올랐다. 그간 메리츠금융지주·증권·화재는 각각 66%, 38%, 35%의 배당 성향(현금배당액/당기순이익)을 유지했지만 이를 10%로 축소하고 대신 자사주 매입·소각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명확한 배당 하락에도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동반되지 않으면서 올해 5월 17일 당일 지주·증권·화재는 각각 15%, 13%, 16% 이상 급락했고 KB증권도 이례적으로 증권·화재에 대해서 ‘매도’ 의견을 내놓았다. 증권시장 안팎에 작지 않은 파장을 낳았지만 메리츠 측은 중장기적으로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소각이 배당에 유리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후 메리츠는 발 빠르게 자사주 매입 의사를 밝히며 주가를 사상 최고가까지 올려놓았다. 전일 메리츠화재는 “향후 소각 등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겠다”고 동기를 설명하면서 9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공시했다. 올 들어 세 번째 자사주 매입 결정으로 연내 취득 완료를 가정할 시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2,103억 원이며 주주환원율은 기존 배당 성향(35%)을 뛰어넘게 된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메리츠화재의 올해 자사주 매입 규모는 2021년 예상 순이익(별도 기준, 5,171억 원)의 41% 수준이다. 앞서 공시한 배당 성향 10%를 합산하면 총 주주환원율은 51%에 달한다”며 “주당 지표 개선과 적극적인 주가 관리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외에 메리츠금융지주도 올해 들어 세 번의 공시로 총 1,5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취득 방침을 밝혔고 메리츠증권도 두 번에 걸쳐 2,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자사주 매입 뒤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줄여 보유 지분에 대한 가치를 높이기 때문에 통상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된다.
메리츠의 주주가치 제고 실험이 제대로 먹혀드는 모습이지만 ‘배당’과 소각을 전제한 ‘자사주 매입’의 두 가지 선택지 중 무엇이 더 주주가치에 이로운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소득세(15.4%) 발생 없이 지분율을 높여 매각 차익의 확대를 선물하지만 배당과 달리 회사 사정에 따라 중단이 가능해 주주 입장에서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규모와 시기가 일정한 배당과 달리 자사주 취득은 비정기적인 이벤트이며 대주주의 지배력을 높이는 등 오용의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한국은 매입 뒤 이를 소각하지 않고 시장에 재매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두 방법 중 무엇이 더 우위에 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장효원 삼성증권 연구원도 메리츠증권에 대해 “자사주 매입·소각 일정 발표로 주주 환원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은 해소됐다”면서도 “자사주 매입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아직 제시되지 않았고 지속 가능한지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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