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는 남측 비무장지대(DMZ) 내 유일한 민간인 거주지인 대성동 ‘자유의 마을’을 소재로 했습니다. 이곳이 단지 한국의 정치적 상황이 빚어낸 이국적 공간이 아니라,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사상과 이념의 충돌로 그려진 곳이라는 통찰의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전준호)
국립현대미술관이 현대자동차의 후원을 받아 국내 중진 작가를 지원하는 연중 최대 규모의 개인전 ‘MMCA 현대차(005380)시리즈 2021’ 선정작가인 문경원&전준호(52·사진)는 2일 미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전시 ‘미지에서 온 소식, 자유의 마을’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이들은 3일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새 작업들을 선보인다.
각각 활동해 온 두 작가가 한 팀으로 활동한 것은 “자본주의의 모순, 역사적 비극,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예술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과 예술을 둘러싼 권력 관계 등을 탐구”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부터다. 이들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미술공예운동을 이끈 사상가 겸 소설가 윌리엄 모리스(1834~1896)가 쓴 동명의 소설에서 영감을 받아 ‘미지에서 온 소식(News from Nowhere)’이라는 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2012년 제13회 독일 카셀도쿠멘타에서 첫 선을 보인 이 작업은 그 해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 전시와 제9회 광주비엔날레로 이어졌다. 이후 미국 시카고예술대학, 스위스 취리히의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으로 이어진 프로젝트는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도 깃발을 꽂았다. 영국 테이트리버풀 미술관과 이번 서울 전시에 이어 내년에는 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에서도 새 작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각각 개인 작업도 하지만 2012년부터 보여드리기 시작한 공동 프로젝트를 지난 10여 년 간 세계 여러 도시를 다니면서 발전시켰습니다. 한국 작가로서 저희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한국에서, 독특한 대성동 자유의 마을 이야기를 통해 예술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펼칠 수 있게 돼 뜻깊습니다.” (문경원)
DMZ 내 ‘자유의 마을’은 지도나 내비게이션에도 표시되지 않는 곳이다. 1953년 정전 협정 이후 남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70년 가까운 세월을 보낸 이 곳을 작가들은 한국적 정치 상황이 빚어낸 특수 장소로만 보지 않았다. 인류사에서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탄생한 숱한 ‘기형적 세계’의 하나로 이곳을 조망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곳인 양 고립된 자유의 마을을 통해 작가들은 전 지구적 팬데믹 상황에서의 단절과 고립, 현재에 대한 성찰로까지 담론을 확장시켰다.
내년 2월22일까지 열리는 전시 기간 중에는 건축가 유현준, 생태학자 최재천, 뇌과학자 정재승 등 다양한 분야의 패널이 참석한 ‘모바일 아고라’가 진행돼 인류가 맞닥뜨린 위기의 원인을 탐색하고 미래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
‘MMCA 현대차시리즈’는 지난 2014년부터 10년 프로젝트로 시작됐고 이불,안규철,김수자,임흥순,최정화,박찬경,양혜규 등이 선정작가로 개인전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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