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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동향
혼인신고 하면 재난지원금 못받고 대출 불이익···"정부가 '위장 미혼' 부추겨"

■갈수록 결혼 안하는데…혼인신고 했다고 '차별 대우'라니

소득 수준 같아도 미혼엔 지원금

맞벌이는 건보료 기준 넘어 제외

청약당첨·주택 대출 조건 낮추려

젊은 부부 혼인신고 대신 사실혼

정부의 정책 혼선이 부작용 낳아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6차 위클리 주택공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날 윤 차관은 주택 공급 시점을 앞당기는 사전청약 확대로 실수요자의 수급 불안 해소에 나선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우리 부부보다 자산도 많은 지인 부부는 혼인신고를 안 해 이번에 상생국민지원금(5차 재난지원금)을 받습니다. 대출 조건도 그렇고 괜히 혼인신고부터 했나 봅니다. 혼인신고를 하면 국민이 아닌 건가요?”

2년 전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신고를 마친 3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 6일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공지를 받았다. 상생국민지원금 지급 여부는 가장 최근 소득 수준을 반영한 6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의 가구별 합산액에 따라 달라진다. 2인 맞벌이 가구로 분류되는 A 씨 가구는 직장가입자 기준 건보료 합산액이 25만 원을 넘어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소득이 비슷한 A 씨 지인 부부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각각 1인 가구로 분류돼 건보료 합산액 기준이 17만 원의 2배인 34만 원으로 올랐고 1인당 25만 원씩 총 50만 원의 국민지원금을 받게 됐다. 소득 수준이 같더라도 오로지 혼인신고 여부에 따라 가구당 50만 원의 국민지원금 차이가 발생한 셈이다.



국민지원금뿐만이 아니다. 요즘 결혼식을 올렸거나 결혼을 앞둔 부부 사이에서는 ‘일단 혼인신고는 미루고 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직장인 여성 최 모(30) 씨는 지난해 결혼식을 앞두고 예비 남편의 명의로 서울시 내 아파트를 매수한 뒤 혼인신고는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올해는 본인 명의로 비수도권 주택 매매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최 씨는 “처음부터 무슨 목적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혼인신고를 최대한 늦게 하는 게 좋다고들 해서 미뤘더니 결과적으로 득을 보게 됐다”며 “나중에는 혼인합가 비과세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최 씨는 이번에 국민지원금 지급 대상이지만 최 씨의 남편은 대상에서 제외돼 부부가 합쳐 25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됐다.

부동산 문제는 젊은 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고 사실혼 관계에 머무르는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주택청약제도에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당첨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첫 아이를 낳을 때까지 혼인신고를 미루는 것이 필수적이다. 신혼부부 특공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려면 혼인 기간이 짧을수록, 자녀가 많을수록 유리하기 때문이다. 미성년 자녀 3명 이상, 혼인 기간 3년 이하, 해당 지역 거주 3년 이상, 청약저축 납입 횟수 24회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는다. 통상 서울에서는 자녀 2명 이상, 수도권에서는 자녀 1명 이상이 있어야 당첨권 안에 든다고 본다. 법적으로 부부가 되면 청약 기회가 반으로 줄어드는 것도 단점이다.



주택 매매를 위해 대출을 받을 때도 소득 기준을 만족시키려면 사실혼 관계로 남는 것이 유리하다. 부부 합산 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일반 주택담보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정책금융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취급하는 보금자리론은 집값 6억 원 이하,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에 제공되는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다. 하지만 혼인신고를 한 지 7년 이내인 신혼부부 대상 연 소득 기준은 8,500만 원이다. 미혼 세대주일 때 7,000만 원이던 소득 기준이 법적 부부가 되면 평균 4,250만 원으로 낮아지는 셈이다. 디딤돌대출 신청 대상 역시 연 소득 6,000만 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이지만 신혼부부 또는 2자녀 이상 가구가 신청하려면 연 소득 기준 7,0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배우자를 세입자로 들이는 경우도 빈번하다. 직장인 여성 B 씨의 경우 결혼을 앞두고 청약에 당첨됐지만 예비 신랑이 갭 투자로 매매한 집이 있어 혼인신고를 하면 1가구 2주택자가 되는 상황에 놓였다. 이에 예비 남편은 전세자금대출을 받아 B 씨 명의 아파트에 전세로 들어갔고 B 씨는 그 돈으로 중도금 잔금을 치렀다. B 씨는 “투자를 위해 사실혼 부부로 살기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 교수는 “해외의 경우 결혼을 하면 제도적으로 혜택을 주고 보호를 해주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역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신혼부부나 결혼을 앞둔 청년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사실혼을 장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신고 건수는 21만 4,000건으로 전년 대비 10.7%(2만 6,000건)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70년 이래 최저치였다. 코로나19 등에 따른 혼인 지연 외에도 혼인신고를 연기하는 사실혼 부부의 증가가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직장인 정 모(31) 씨는 “정부가 지금까지 저출산 대책에만 200조 원을 썼다는데 오히려 이렇게 정책적으로 혼인신고를 안 하도록 유도하는 게 더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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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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