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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STORY] "부동산 개발은 '종합예술'…주거에 IT·라이프스타일까지 담죠"

■김성환 신영 대표

관광업 경험 바탕 개선점 적극 제안

회계서 복지까지 경직된 조직 바꿔

"10여년 앞선 일본 부동산 시장서

민간임대주택 등 한국 접목 노력

'슬세권' 가치 이미 오래전부터 인지

부동산 시장 '블랙스완' 경고 커져

사업 확장보다 리스크 헤지 중요"

김성환 신영 대표이사./오승현 기자




‘종합예술’. 부동산 개발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김성환(사진) 신영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단순히 땅을 사서 건물을 지어 파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주택뿐만 아니라 상업·물류 시설 등을 연속적으로 복합 개발하는 것이 디벨로퍼의 역할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김 대표는 “부동산 개발은 부동산 예술과 같다”며 “어떻게 생각의 폭을 넓히고 얼마만큼의 꿈의 크기를 갖고 부동산 개발을 하는지에 따라 상품이 다양해진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디벨로퍼뿐 아니라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부터 주민·이용객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정보기술(IT)까지 다양한 사업과 그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협업 또한 ‘부동산 종합예술’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다.

실제로 신영은 청주 테크노폴리스(대농지구), 울산 지웰시티자이 등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을 다수 시행했다. 김 대표는 “최근 주거 단지 인근에서 교육·행정·문화·오락·상업 등 모든 것을 해결하는 ‘슬세권(슬리퍼+세권)’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는데 신영은 이미 십수 년 전부터 해당 가치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관광업계 출신이 신영의 구원투수·개혁가로>

지난 4월 신영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기에 앞서 그는 신영의 각종 위기를 해결하고 개혁을 주도해왔다. 4,000가구가 넘는 청주 지웰시티의 대규모 미분양을 해결하고 적자에 신음하던 신영건설을 흑자 전환시킨 것이다.

국내 손꼽히는 부동산 개발 회사인 신영의 대표 자리까지 올랐지만 그의 인생 궤적은 어찌 보면 부동산 개발업과는 살짝 비켜나 있었다. 그는 경기대 관광경영학 학·석사를 마치고 스위스그랜드호텔·호두투어 등 호텔관광업에 종사했다. 이어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숙박 총괄이사까지 맡은 후 신영에 입사하게 됐다.

사실 김 대표와 신영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그는 헤드헌터를 통해 당시 신영의 ‘서머셋팰리스’ 총지배인 면접을 봤지만 탈락했다. 이후 외국계 회사로의 첫 출근을 준비하던 도중 신영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재면접을 보게 됐다.

김 대표가 첫 면접에서 탈락한 배경에는 ‘솔직함’이 있었다. 그는 첫 면접에서 회사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가감 없이 말했다. 정춘보 신영 회장은 첫 면접 당시 그를 탐탁지 않아 했지만 재면접 이후 그의 진정성을 신뢰하게 됐다. 이후 김 대표는 서머셋 브랜드 론칭에 관여하며 일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관광 업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선점 등을 거침없이 제언했고 이를 좋게 본 정 회장은 그를 본사 경영 임원으로 부임시켰다.

당시 부동산 업계의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려던 신영에 있어 호텔·관광 업계의 자유로운 분위기를 경험한 김 대표는 개혁의 적임자였다. 정 회장은 그에게 자신이 책임질 테니 회사를 개혁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업계 내부에서 회사를 들여다봤다면 사정이나 문제점을 제대로 볼 수 없었을 것”이라며 “바깥에서 안을 들여다보니 회사는 튼튼하지만 나름대로 시스템이나 제도적 보완들이 필요한 점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사, 사내 복지, 회계 등 회사 전반적인 부분을 개선해 나가기 시작했다. 기존 업계에 널리 퍼져 있던 주먹구구식 대신 규칙을 세우고 인사 시스템을 수립했다. 여기에 내·외부 회계감사 시스템까지 정립하며 그간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던 불투명성 또한 해결했다. 현재 신영은 세무학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갖춰진 회계 시스템을 자랑한다.



직원들에 대한 배려 또한 잊지 않았다. 신영은 직원들에게 휴가를 계획할 수 있도록 2년치분을 미리 준다. 여행을 목전에 두고 비행기 표를 구하지 말고 미리 저렴하게 구매하라는 뜻이다. 호텔관광 업계에서 오래 종사한 김 대표만이 낼 수 있었던 아이디어다.

김성환 신영 대표이사./오승현 기자


<“10~15년 앞서 가는 일본 부동산 트렌드, 한국 시장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

김 대표는 “고급 주거, 부동산 금융 등 일본의 부동산 트렌드는 한국 대비 10~15년은 앞서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최근 인기를 끌기 시작한 주상복합·오피스텔 등의 주거 형태가 일본에서는 이미 오래 전에 자리잡았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주거에 최신 IT를 접목한다거나 부동산과 금융을 결합하는 상품 등 일본이 앞서 나가는 부동산 트렌드를 한국 시장에 접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부동산 문화 가운데 김 대표가 지속적으로 관심 갖는 분야는 ‘민간 임대주택’이다. 그는 “일본의 임대주택 업체 다이와리빙은 30만 가구 정도를 관리·운영한다”며 “규모가 커지다 보니 임대 운영 서비스 외에도 네트워크 렌털, 카드 공유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통해 부가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에서 일괄적으로 주택을 관리하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관리비를 절감할 수 있다”며 “또 임차인의 선호 조사를 통해 필요 없는 가구는 제외하는 식으로 원가 절감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신영은 지난해 임대주택 서초·동대문에 이어 세 번째 지점인 ‘지웰홈스 왕십리’의 임차인을 모집하는 등 민간 임대주택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다만 세금, 토지 점용료 등 외부 요인을 고려해 현재는 관망하는 중이다. 그는 “현재 기업형 임대주택 세제가 줄어들고 정책적 리스크가 크다”며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하고 싶지만 지금은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임대주택의 관리비를 낮출 수 있을 정도로 규모의 경제가 되려면 개발사가 돈을 투자·개발하면 전문 운영사가 받쳐 주고 전문 신탁, 자산운용사, 리츠, 펀드를 통해 금융으로 연결해줘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펀드·리츠 등이 활성화되지 않아 아직 힘든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련한 디벨로퍼인 그도 작금의 부동산 시장 과열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는 “디벨로퍼도 거시경제를 이기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기준금리 인상 등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와 정책 리스크 등 부동산 시장 ‘블랙 스완’의 경고 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그는 강조했다. 김 대표는 “금융위기를 겪어본 디벨로퍼와 그렇지 않은 디벨로퍼는 원재료(토지)를 구매할 때 의사 결정 방법부터 다르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역사가 깊은 주요 디벨로퍼들은 위기가 오더라도 어느 정도 선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리스크 헤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그는 “요즘 도심에 땅이 나오면 상상할 수 없는 금액에 낙찰된다”며 “시중에 유동성이 너무 많다 보니 모든 업체가 시장이 계속해서 호황일 것이라 생각하고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올라가면 부동산 경제는 출렁일 수밖에 없다”며 “토지를 단순히 많이 사고 사업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안정적으로 사업할 수 있도록 신중하게 토지를 매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경영인으로서의 그의 꿈은 소박하다. 그는 “신영을 은퇴할 때 임직원들로부터 수고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며 “‘열심히 하면 CEO가 될 수 있다’는 타의 모범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기 하기 위해서 그는 ‘신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문경영인으로서 경영주에게 임직원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생각에는 앞서 대규모 미분양을 해소하는 등 그룹사의 위기를 해결할 때 신뢰·청렴의 가치가 빛을 발했던 경험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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