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역성장했던 한국 경제가 올해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3%대 후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경제성장률은 반도체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제조업 기반 수출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가운데, 지난해 낮았던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9일 공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9%로 내다봤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0%였다. 반기별로 구분하면 상반기 3.9%, 하반기 4.0%로 특히 하반기에 기저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전망대로 경제성장률이 3%대 후반을 기록한다면, 지난 2014년(3.2%)와 2017년(3.2%)보다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한경연은 올해 하반기에도 수출이 국내 성장 흐름을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 분야 성장률은 10% 수준, 경상수지는 총 805억달러 흑자로 전망된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753억달러 흑자였다. 이 같은 전망의 근거로 한경연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수요 확대를 꼽았다. 슈퍼사이클을 맞은 반도체와 국제유가 회복, 이차전지·바이오헬스 분야가 수출 호조에 힘을 보탤 것으로 점쳐졌다.
다만 한경연은 이 같은 경제성장률 전망은 백신 보급과 코로나19 방역 성과에 크게 좌우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한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미중 무역갈등의 심화 등이 대외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업들이 추진하는 설비투자도 수출호조의 영향으로 성장세가 견조할 것으로 분석됐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지는 가운데 ESG 경영을 염두에 둔 친환경 투자도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며, 올해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9.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0.5%에 그쳤지만 올해는 2.0%로 큰 폭의 상승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경연은 연말에 가까워질 수록 물가 상승폭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그 이유로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확대와 국제유가의 빠른 상승, 거주비용의 상승, 농축수산물 가격의 급등락을 꼽았다. 이승석 한경연 부연구위원은 “연초 1% 중반에 머물던 기대인플레이션은 현재 2.4%까지 상승했다”며 “환율 등도 원자재 가격에 영향을 주며 물가 상승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달러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테이퍼링 시기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하면서 하반기에는 강세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경연은 하반기는 달러당 1,145원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한경연은 한국은행이 지난 8월에 이어 연내 한 차례 더 금리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급격하게 증가한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금리인상 시기의 신용 경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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