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과 금융권이 코로나19 위기를 계기로 시행했던 대출 만기 연장 조치를 한 차례 더 연장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이자 상환 유예 조치 연장 여부는 결론이 다음 주까지 미뤄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5대 금융지주 회장단과 간담회를 연 후 기자들과 만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어려움을 충분히 고려해 방안을 만들겠지만 이자 상환 유예 부분은 여러 의견 있었다”며 “다음 주 방안이 발표되기 전까지 조금 더 생각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고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대출 만기 연장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이자 상환 유예 조치는 부실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금융권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만기 연장, 상환 유예 조치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4월 전(全) 금융권의 동참으로 시행됐다. 지금까지 두 차례 연장됐고 총 222조 원(만기 연장 210조 원·원금 상환 유예 12조 원·이자 상환 유예 2,000억 원)이 지원됐다. 금융 당국은 연장 여부를 포함한 연착륙 방안을 다음 주께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가계 부채 관련해서는 강도 높은 관리를 재차 주문했다. 고 위원장은 “가계 부채 증가가 자산 시장 과열과 상호 상승 작용을 유발하는 등 이미 그 부작용이 위험 수준에 가까워졌다”고 지적하며 “기준금리 인상, 미국의 연내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가능성 등 향후 경제·금융 환경 불확실성까지 고려한다면 가계 부채 관리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이자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가계 부채 증가율을) 6% 선에서 관리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 당국은 추석 이후 가계 부채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는 “추석 이후 상황을 보면서 추가 보완 대책 마련하려고 한다”며 “실무적으로 20~30가지 되는 세부 항목에 대해서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고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기업 부채에 대한 우려도 내놓았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이 103%가 됐지만 GDP 대비 기업 신용 비율은 110%로 더 높다”며 “단순히 부실이 이연되는 식으로 가면 곤란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은행권에) 철저히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고 위원장은 또 금리나 수수료·배당 등 금융회사의 경영 판단에 개입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그는 “(금리와 수수료·배당에는) 가급적 개입을 안 할 생각”이라며 “부득이하게 개입하는 경우 필요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면서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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