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배터리 업체 간 패권 경쟁은 ‘폐배터리 재활용’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폐배터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회수해 재사용하느냐에 따라 반값 배터리를 넘어 반값 전기차의 실현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폭스바겐·현대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폐배터리 재활용에 가장 먼저 나서고 있는 기업은 미국의 전기차 제조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달 공개한 ‘2020 테슬라 임팩트 보고서’를 통해 자사 차량 배터리의 92%를 재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네바다주 기가팩토리에 자체 배터리 셀 재활용 설비 1단계 설치를 완료했다.
폭스바겐은 배터리 원자재 회수율을 현재 60%에서 9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폭스바겐은 지난 2월 독일 잘츠기터에 폐배터리 재활용 시범 공장을 가동했고 이 같은 공장을 전 세계에 추가 설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폐배터리를 회수해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거나 유기금속을 추출하는 ‘폐배터리 순환 체계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는 올 7월 발간한 ‘2021년 지속가능 보고서’에서 “폐배터리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해 국내에 대규모 폐배터리 회수 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며 이를 유럽·미국으로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존 배터리 제조 업체들도 폐배터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폐배터리를 재사용해 만든 전기차용 ESS 공장을 충북 청주에 세웠다.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는 SK이노베이션은 차세대 성장 사업으로 배터리재활용(BMR)을 낙점해 내년 초 시험 공장을 완공하고 오는 2025년 상업 가동에 들어갈 계획이다. 삼성SDI도 폐배터리 전문 기업과 협업해 관련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같은 폐배터리 재활용 시장은 2030년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기차가 본격 양산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만들어진 배터리들이 8~10년 정도의 수명을 다하고 2030년을 전후로 대거 폐기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는 2019년 1조 6,500억 원 규모였던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이 2030년 약 20조 2,000억 원을 넘어 2050년에는 600조 원 규모로 커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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