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와의 한바탕 전쟁이 끝나고 나니 이번엔 소액주주간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바이오 주식 투자 한 번 해보려다 정말 별일별 일을 다 겪습니다”(씨젠 주주 A씨)
코로나19 진단키트 흥행에 힘입어 한때 코스닥 시장 시가 총액 2위까지 올랐던 씨젠이 소액주주간 갈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가 하락, 불법 공매도 등에 반발하며 씨젠 경영진과 대립해오던 일부 강성 주주들이 씨젠 경영진에 대한 대응 방식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상대측을 고소하기까지 이른 것이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주주 카페인 씨젠 주주연합회 운영자인 손 모씨는 최근 또 다른 주주 카페인 진성주주연합회 회원 2명을 명예훼손 및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했다. 이들은 손 모씨가 금전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사측에 대항한 시위를 주도했다거나 사실 사측과 연루돼 있다는 등의 거짓 의혹 제기를 했다는 것이 손 모씨의 주장이다. 손 모씨는 “포항에서 서울까지 다섯차례 오가며 생계를 뒤로 한채 주주를 대변하는 시위 활동을 했는데 돌아온 것은 악의적 비방과 실명·직장 등 개인정보 유포”라면서 “이 일로 아내가 정신과 진료까지 받고 있을 만큼 온 가족이 고통 받고 있어 결백함을 증명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앞서 손 모씨와 피고소인은 사측에 대항한 시위를 이어갈 것인지 중단할 것인지를 놓고 지난 4월경부터 대립해왔다. 이들은 사측의 소극적인 주가 부양 정책에 반발해 씨젠 본사 앞에서 트럭을 동원한 시위 등을 이어왔는데 결국 무상 증자, 분기 배당 등 주주 친화 정책이 발표되자 서로간 의견 충돌이 생겼다. 손 모씨는 시위를 멈추고 사측의 행보를 지켜보자고 주장한 반면 진성주주연합회 등 일부 주주는 시위를 이어가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둘의 갈등이 서로에 대한 비방전, 고소전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피고소인 A씨는 “손 모씨의 고소장에는 집앞에 찾아가겠다는 등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며 손모씨 집 주소도 모른다”면서 “허위사실 유포로 손모씨를 맞고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씨젠진성주주연합회 측은 고소 등에 맞서기 위해 창당까지 추진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당으로 등록되기 위해서는 5개 시·도당에서 총 5,000명 이상의 당원이 모여야 하는데 현재까지 300명 정도가 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진성주주연합회 회원인 A씨는 “군소정당이라도 정당을 만들어 부당하게 피해를 보는 당원들을 당 차원에서 지원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사측은 물론 손 모씨나 씨젠 주주연합회에도 더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대거 진입하고 세력을 키우면서 회사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서로간 ‘알력다툼’으로 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주주간 온라인상 욕설은 물론 실제 집앞에 찾아가겠다는 등 협박까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