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 수제 맥주 업체인 제주맥주가 벤처 투자 시장에 진출한다. 벤처 생태계의 지원 속에 성장한 제주맥주가 선배 기업으로 다시 스타트업 육성에 참여하는 것이어서 창업 시장 선순환 구조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17일 벤처 투자 업계에 따르면 제주맥주는 조만간 벤처 투자 회사인 ‘카스피안캐피탈’ 설립을 완료하고 다음 달 출범시킬 계획이다. 카스피안캐피탈은 일반 법인 형태의 벤처캐피털(VC)로 설립 후 ‘신기술 사업 금융회사’ 라이선스(면허) 확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맥주가 설립 자본금 전액을 출자해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식이 유력한데 신기술 사업 금융회사 등록을 위해서는 자본금 100억 원 요건을 충족해야 해 일부 외부 출자자의 참여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2015년 설립된 제주맥주는 창업 6년 만인 올 5월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창업 초기부터 높은 성장성을 인정받아 스톤브릿지벤처스·SBI인베스트먼트·UT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국내 수제 맥주 업체 중 가장 먼저 증시에 입성해 풍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경쟁사들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주맥주는 카스피안캐피탈 설립에 앞서 초대 대표로 SBI인베스트먼트의 남동우 이사를 내정했으며 남 내정자를 중심으로 심사역 등 인력 채용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 내정자는 문혁기 제주맥주 대표와 창업 초부터 투자자로서 각별한 인연을 맺은 바 있어 주목된다. 남 내정자는 SBI인베스트먼트에 재직하며 2017년 제주맥주에 대한 투자를 주도했으며 이후에도 문 대표와 수제 맥주 사업 성공을 위한 협력을 다각도로 이어왔다.
카스피안캐피탈은 모회사 사업 방향과 일치하는 곳에만 투자하는 ‘기업 주도형 CVC’가 아닌 독립적 투자사로서 입지를 쌓아갈 예정이라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후배 기업인들을 육성해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제주맥주와 사업적 시너지가 기대되는 신생 업체에 대한 투자도 적극 고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VC 업계 관계자는 “유니콘 기업 혹은 상장 기업의 VC 설립은 창업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스타트업들에 전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모회사 직방), 무신사파트너스(무신사), 스마트스터디벤처스(스마트스터디) 등이 중견 기업 이상으로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설립한 대표적 VC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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