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핵심 원재료를 생산하는 중국 기업의 지분 인수에 나섰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며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 수요가 급증할 뿐만 아니라 국제 원자재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자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원재료 확보가 곧 기업의 경쟁력’이라는 인식 아래 ‘K배터리’ 3사를 포함한 상위 업체들이 핵심 원재료 확보전에 속속 뛰어들며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원재료인 니켈·코발트 등을 생산하는 중국 ‘그레이트파워니켈앤드코발트머티리얼즈’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17일 밝혔다. 회사는 약 350억 원을 투자해 그레이트파워의 지분 4.8%를 인수했다. 이번 계약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오는 2023년부터 6년간 니켈 총 2만 톤을 공급받는다. 이는 고성능 전기차(한 번 충전으로 500㎞ 이상 주행 가능) 기준 약 37만 대를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이다.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4대 핵심 소재(양극재·음극재·전해액·분리막)는 배터리 재료비에서 40%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 중 양극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은 비중을 높일수록 에너지밀도가 높아져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글로벌 철강 시장조사 기관인 CRU에 따르면 전 세계 니켈 수요는 지난해 239만 톤에서 2024년 332만 톤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갖고 있어도 원재료가 없으면 완제품을 내놓을 수 없는 배터리 업체들로서는 원재료를 자체적으로 확보하는 일이 어렵고도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예측 불가능한 가격 변동성 역시 배터리 업체들이 원재료 확보에 사활을 걸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니켈 현물 가격은 지난 10일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톤당 2만 375달러를 기록하며 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스테인리스강과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는 데 따른 결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기차 배터리와 관련해 가장 큰 고민은 니켈”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힐 만큼 원자재 수급 문제는 전기차 전환에 있어 관련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 된 지 오래다.
이에 가격을 앞세워 한국을 추격해오는 중국은 배터리 원재료인 리튬과 니켈·코발트 등을 전 세계적으로 쓸어 담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일례로 CATL은 올 4월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코발트 광산 지분을 보유한 중국 기업에 출자했다. 또 캐나다 증시에 상장된 리튬 채굴 회사 네오리튬 지분도 매입해 리튬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K배터리 3사도 원재료의 선제적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앞서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업체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 톤을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 역시 “리튬과 코발트 등 광물도 수급 안정화를 위해 지분 투자 또는 장기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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