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등하는 집값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의 고삐를 잡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대출 억제책을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 수익성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돈을 구하지 못하는 소비지만 피해를 보는 셈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금융지주 회장단과의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에게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추석 이후에 추가 보완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며 “실무적으로 20∼30가지 세부 항목에 대해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집단대출(중도금 대출)과 전세대출 등의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 전반을 더 옥죄는 종합대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금융권은 전세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을 줄이는 한편 우대금리를 내리고 가산금리는 올리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은행들의 성적표는 매우 좋다.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은 올해 상반기 약 20조 4,000억 원의 이자 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힘입어 이들 금융그룹은 9조 3,000여억원의 순익을 냈다.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즉, 자영업자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은 코로나19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주택, 주식, 코인에 대한 '영끌' '빚투' 열풍으로 가계대출이 폭증하면서 은행들은 막대한 이익을 얻었다.
이런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대출 총량을 억제하겠다고 하지만 6%까지는 늘릴 수 있는 데다 한은은 지난달에 이어 오는 10월이나 11월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대출 규제나 중앙은행의 긴축을 이익을 늘릴 기회로 활용한다.
서영수 키움증권애널리스트는 "대출 총량이 늘고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늘어나게 된다"면서 "당국이 대출을 규제하면 은행은 고객과의 관계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기 때문에 역시 이자 이익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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